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 이후 검찰을 향해 연일 고강도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검찰 인사와 직제 개편, 직접수사부서 축소 등 '밑 작업'에 이어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를 분리'하는 방안까지 내놓으며 본격적인 개혁 행보에 나선 상황이다.
'수사·기소' 분리는 수평적 견제를 통해 검찰 내부 통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게 추 장관의 설명이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진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와 맞물려 기소 여부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검찰 인사나 일부 사건처리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뜻을 달리하며 마찰을 빚었던 만큼 검찰과 긴장 관계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 장관은 지난달 8일과 23일 단행한 두 차례 검찰 인사를 통해 확고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윤석열 검찰총장 손발을 잘랐다'는 평가와 함께 '윤석열 힘 빼기'에 집중했다는 반응이 나왔고, 정권을 향해 진행한 검찰 수사팀에 대한 '좌천성', '보복성' 인사라는 평도 나왔다.
하지만 추 장관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직이 가장 적은 인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괜찮은 인사였다는 후문이 있는 걸로 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이른바 '윤석열 패싱'에 대해서도 윤 총장이 '항명'했다며 강경하게 대응한 바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 연루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 혐의를 놓고 의견을 달리한 대검 간부들 사이에서 벌어진 이른바 '상갓집 충돌'에 대해서는 '추태'라고 규정지었다.
관련 보고를 받은 추 장관은 지난달 20일 "개탄스럽다"며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검찰 내부를 향해 경고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 외에도 검찰총장 지시로 꾸려온 특별수사단 등 기존 직제에 없는 수사조직을 만들 경우에는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특별 지시를 내렸다.
검찰이 조 전 장관 아들 허위 인턴 의혹과 관련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재판에 넘기자 '날치기 기소'라면서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에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추 장관의 검찰 내부 기강에 대한 경고는 지난 11일 있었던 첫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추 장관은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대검에서 열린 총선 대비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10일 개최)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한 발언을 두고 "(선거) 주제와 무관하게 어떤 의도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문 지검장은 당시 이 지검장을 향해 "검찰총장이 지시한 사항을 3번이나 어겼다는 언론 보도를 봤는데 사실이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발언과 취임 이후 행보에 비춰볼 때 검찰 조직 장악을 염두에 둔 일련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추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검찰은 조직의 권력 의지를 실현하는 기관이 아니며 법을 수호하고 실현하는 사법적 기관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지휘감독을 통해 검찰이 가져야 할 기본 자세를 먼저 조직 내에 충분히 숙지시키고 조직 문화를 잘 잡아나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감찰도 적절하게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 잣대가 아닌 법과 원칙의 문제로 봐야 하는데 청와대 관련 인사들에 대한 기소나 추가 수사가 예고된 상황이어서 법적, 정치적 의미 부여가 함께 나올 수밖에 없다"며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말하는 타이밍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인 의미 부여가 잦아드는 총선 이후에는 개혁 작업과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이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며 "법무부가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성과 내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 개혁 대상(검찰)의 마음을 잡아가면서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