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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가 남긴 위대한 유산…지금껏 이런 올스타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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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비가 남긴 위대한 유산…지금껏 이런 올스타전은 없었다

    2020년 NBA 올스타전 MVP로 선정돼 코비 브라이언트 MVP 트로피를 차지한 카와이 레너드 (사진=연합뉴스)

     


    2019-2020 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전에서 새로운 경기 방식이 도입됐다. 지난 1월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하는 의미로 '목표 점수(target score)'가 도입됐다. 3쿼터까지 앞선 팀의 득점에 코비의 등번호 24를 더한 점수를 승리를 결정짓는 최종 점수로 삼았다.

    팀 야니스의 주장을 맡은 야니스 아데토쿰포(밀워키)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승부가 될 것이다. 코비를 위한 최고의 추모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승부의 중압감을 내려놓고 농구를 즐기는 무대인 올스타전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17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제69회 NBA 올스타전은 그야말로 역대 가장 뜨거운 승부가 펼쳐진 별들의 축제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3쿼터까지 아데토쿤포가 이끄는 팀 야니스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가 진두지휘하는 팀 르브론에 133대124로 앞섰다. 목표 점수는 157점으로 설정됐다. 승리까지 팀 야니스에게 남은 점수는 24점, 팀 르브론에게는 33점이 남았다.

    4쿼터는 시간 제한없이 진행됐다. 목표 점수에 먼저 도달하는 팀에게 승리가 부여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양팀 선수들은 치열하게 붙었다. 치열하게 싸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플레이오프를 방불케 하는 격렬한 몸싸움이 펼쳐졌고 마치 NBA 파이널 마지막 7차전을 보는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진정한 의미의 올스타전이었다. 주전부터 벤치 멤버까지 NBA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과 자존심을 걸고 맞붙기 시작하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명승부가 펼쳐졌다.

    MVP 경력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팀 르브론이 경기 막판 154대153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3점슛 한방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팀 야니스는 카일 라우리를 중심으로 열정적인 수비를 펼쳐 필사적으로 상대 득점을 저지했다.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 됐고 결국 승부는 앤서니 데이비스(LA 레이커스)의 손끝에서 갈렸다. 156대155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반칙으로 자유투 2개를 던질 기회를 잡았다.

    자유투 첫 구가 빗나갔다. 코트는 다시 뜨거워졌다. 데이비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통산 80.1%의 자유투 성공률을 자랑하는 빅맨 데이비스에게 두번의 실패는 없었다. 2구가 성공했고 길었던 올스타전 대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데이비스는 경기 후 "일부러 첫 번째 자유투를 실패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1구 실패 후 그의 표정을 봤을 때 쉽게 믿기는 어려운 말이다. 그 말이 사실인지는 본인만 안다.

    데이비스에게는 의미가 큰 올스타전이었다. 그는 2014년부터 7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다. 2014년 공교롭게도 코비 브라이언트의 부상 대체 선수로 올스타전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데이비스는 코비가 20년동안 뛰었던 구단 레이커스의 일원이 됐고 코비를 추모하는 특별한 올스타전에서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또 올스타전 개최지 시카고는 데이비스의 고향이다.

    코비 브라이언트 MVP 어워드로 명명된 MVP 트로피는 팀 르브론의 카와이 레너드(LA 클리퍼스)가 차지했다. 레너드는 3점슛 8개를 포함, 팀내 가장 많은 30점을 올렸다. 레너드는 경기 후 "이 트로피는 코비를 위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올스타전은 예전과 달리 매쿼터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치러졌다. 각 쿼터를 승리한 팀에게는 미리 지정한 시카고 지역 내 단체에 10만 달러를 기부할 권리가 주어졌다.

    팀 르브론은 1쿼터 점수 싸움에서 앞섰고 '시카고 스콜라' 단체에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러자 2쿼터에서는 팀 야니스가 힘을 내 스코어 경쟁에서 이겼고 '애프터 스쿨 매터스'라는 단체에 10만 달러를 기부할 기회를 잡았다.

    두 단체의 어린 학생들은 경기장을 방문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과 표정을 지켜본 올스타들은 더 힘을 낼 수밖에 없었다. 3쿼터 12분동안의 스코어는 정확히 41대41이었다. 이같은 긴장감 속에서 4쿼터에 돌입했으니 코트는 마치 전장과도 같았다.

    결과적으로 157대155 승리를 거둔 팀 르브론은 최종적으로 총 40만 달러의 기부금을 확보했고 패한 팀 야니스는 2쿼터 승리 몫인 10만 달러의 기부금을 마련하게 됐다. 승패를 떠나 양 단체에게도 큰 기쁨이 됐던 올스타 무대였다.

    팀 야니스의 가드 켐바 워커(보스턴)는 "코비는 정말 엄청, 엄청 열심히 했던 선수다. 다른 선수들은 4쿼터가 시작하면 지친 기색을 보였지만 코비는 달랐다"고 세상을 떠난 레전드를 기억한다.

    올스타전 무대에서도 늘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4개의 올스타전 MVP 트로피를 가져간 코비 브라이언트의 바람 그대로 코비의 후배들은 코트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래서 더 뜻깊은 올스타전 무대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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