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시로부터 폐쇄 명령을 받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신천지 집회장 모습 (사진=서민선 기자)
"잠입 전도가 특기인 사람들이 감염됐다고 행선지를 밝히겠나. 그러니까 더 불안하지"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신천지 바돌로매지파 본부' 집회장(강서 집회장) 인근에서 만난 술집 주인 김모(48)씨는 폐쇄된 강서 집회장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신천지 신도들은 남의 교회에서 신도 생활을 하는 방식으로 포교 활동을 한다고 들었는데, 감염자가 자신의 행선지나 종적을 쉽게 밝히지 못할 것 같다"면서 "정보가 불투명한 것이 가장 두렵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날 오전 시내 이단 신천지 집회장 4곳을 폐쇄했다. 신천지는 서울 영등포구, 서대문구, 노원구, 강서구 등에 포교사무실 형태로 집회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집회장 폐쇄 결정에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과 상인들은 언제, 어떻게 신천지 신도들이 다녀갔는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었다.
강서 집회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2)씨는 "신천지에서 집단 감염이 이뤄졌다는 뉴스를 보고는 손 소독제도 구비해 놓고, 마스크도 평소보다 더 철저하게 쓰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신천지 측에서 얘기하는 이동 경로에 대한 정보를 믿을 수 없어서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천지 신도들은 정부의 감염병 확산 예방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신도들에게 정부의 전화를 받지 말라고 행동 지침을 공지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서울 소재 이단 신천지 집회장 폐쇄 조치를 내린 21일 서울 신천지 영등포 집회장 입구에 택배 박스가 쌓여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인근 주민 A씨는 "여기를 폐쇄해도 그 사람들이 활동을 안 할리가 없다. 매일 같이 포교 활동하는 사람들이 죽으면 죽었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알아서 격리하도록 할 게 아니라 정부가 강제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B씨 또한 "이 사람들(신천지 신도)이 모이는 수요일이나 일요일은 정장을 입는다거나 파란색 넥타이를 맨다는 등 신도인 것이 티가 나지만, 평소에는 신도인지 알기가 어렵다"면서 "이 곳(강서 집회장)이 지회라고 한다면 그 밑의 센터는 동마다 비밀리에 운영되는 것으로 안다. 아마 그곳에서 계속 모임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강서 집회장은 지난 19일부터 자체 폐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입구에는 '성도 및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성전출입을 금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고, 불이 켜져 있는 곳은 없었다.
신천지 신도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근 편의점과 식당 또한 모두 닫혀 있었다.
이날 서울시 직원들 또한 폐쇄 명령 이행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점검차 현장을 방문했다. 서울시 직원은 "실제 신도들이 건물을 출입하는지 확인하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폐쇄가 이어질지는 아직 미정이다"고 말했다.
신천지에 의한 코로나19 감염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근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강서 집회장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29)씨는 "오늘따라 손님이 없다"면서 "혹시 여기서 신천지 사람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까봐 일반 손님들도 안 오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