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제한 조치가 이뤄진 신천지 울산교회 (사진=자료사진)
대구 이단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퍼지는 조짐을 보이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지역 내 신천지를 대상으로 시설폐쇄 등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반면 보건당국 등 중앙정부는 신천지 교단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어 지자체의 대응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대구 보고 놀란 전국 지자체, '코로나19 온상 신천지를 막아라'지난 21일 오후 5시 기준 대구 이단신천지와 관련된 것으로 확인된 코로나19 환자는 144명으로, 전체 누적환자 204명의 70.6%에 달한다.
비단 대구만이 아니다. 대전, 광주, 경남, 충북, 제주 등에서 발견된 확진자들도 신천지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 이단신천지 총회장 친형의 장례식이 열렸던 것으로 알려져 이 곳에 전국 신천지 신도들이 모였다가 흩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신천지가 코로나19 전파의 '고속도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지자체들도 신천지를 대상으로 봉쇄 조치에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영등포구, 서대문구, 노원구, 강서구 등 서울의 신천지 집회장 8개소를 폐쇄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도내 15개 시·군 17개소의 신천지 집회장을 전수조사하겠다면서 이들 집회장의 주소까지 공개했다.
아울러 인천과 부산도 신천지 관련 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다른 주요 지자체들도 관내 신천지 시설 상황을 파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신천지 교단,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정부? 겉 다르고 속 다른 신천지 믿을 수 있나반면 정부는 전국 신천지 집회장에 대한 폐쇄, 전수조사 등 강경대응은 아직 추진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신천지 집회장에 대한 조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구, 청도 지역에 대해 우선 신천지 교단과 협력해 명단을 파악하고 확진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신천지 교단에서 지금까지는 비교적 명단을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교단 차원에서도 전국 교인들에게 자가 예배를 보도록 지침이 내려가도록 협조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천지 측이 집회당을 자체 폐쇄하고도 암암리에 운영하는 '모임방' 등에 신도들이 모이거나, 기성 교회에 침투해 예배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신천지 교단이 보건당국에 충분히 협조하고 있다고 신뢰하기는 어렵다.
박원순 시장도 21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이 종교(신천지)의 특성상 본인이 교인임을 밝히지 않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며 "우리가 신천지 교회 본부의 정보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방역활동에 대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대응 속도의 차이는 얼핏 5년 전 메르스 참사 당시 박원순 시장과 방역당국 간의 마찰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2015년 6월 메르스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가 급증한 가운데 박원순 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보건당국의 방침과 별개로 환자들의 이동동선을 전격 공개한 바 있다.
환자들의 방문 병원조차 '국민 혼란'을 핑계로 공개하지 않았던 보건당국은 박 시장과의 신경전 끝에 결국 환자들의 동선을 뒤늦게 공개했다.
끝내 국민 36명의 목숨이 희생된 메르스 참사 방역 실패를 낳은 원인으로 보건당국의 '깜깜이' 대응, 늦장 대응이 첫머리에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대구 수습 급한 보건당국…"철저 조사" 文 대통령 지시에 힘 얻을까물론 이번 상황에서 보건당국의 대응을 메르스 참사 당시의 '밀실 방역'과 같은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아직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자체에서는 신천지의 반발을 무릅쓰고 신천지 폐쇄 및 전수조사를 강행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반면 중앙 방역당국은 이미 신천지의 '슈퍼 전파'로 인해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대구 지역을 수습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신천지 신도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서둘러 진행하려면 신천지 교단으로부터 최대한 협조를 구해야 한다.
게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신천지)예배와 장례식 참석자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21일 오전 코로나19 대응 관련 긴급 보고를 받고 "장례식 방명록 등은 중요한 추적대상일 텐데, 단순히 신천지측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면 관련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할 수 있으니 좀 더 빠르고 신속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도 신천지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등에 한층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