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춘추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구를 방문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지역 확산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일 이승호 대구 경제부시장의 비서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과 경호처가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구 지역에서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함께하는 공간에 밀접 접촉 의심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든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 문 대통령 참석한 대구 행사장에 밀접 접촉자 부시장 참석문 대통령은 25일 오후 대구에 도착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전날에 비해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130명이 증가해 전체 확진자가 89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대구 지역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5분부터 한 시간 남짓 대구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오후 4시쯤부터 약 40여분간은 KTX 동대구역 회의실에서 열린 '시장·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두 행사에는 이승호 대구 부시장이 함께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부시장의 비서는 문 대통령의 대구시청 방문 이틀 전인 지난 23일 새벽에 이미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서 직무는 직속 상관에게 직접 보고를 올리거나 수행 업무를 하기에 다른 공무원과 달리 이 부시장은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는 사이다.
해당 비서는 문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한 당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해당 비서가 수일 전부터 발열 증세를 보여, 대통령 대구 방문 이틀 전에 검사를 받았는데도 직속 상관인 이 부시장이 문 대통령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
이 부시장은 문 대통령 대구 방문 당일 오후 뒤늦게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됐다. '코로나19 대응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주요 장관들도 참석했다. 소상공인 간담회는 대책 회의에 참석했던 주요 장관들은 물론, 대구 시장 상인들과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DGB대구은행 회장 등 대구 경제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국교총 관계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곽상도‧전희경 의원, 또 이들과 접촉했던 황교안 대표 등이 검사를 받은 것은 물론, 국회의사당 본관과 의원회관이 하룻동안 폐쇄된 것과 비교하면 대통령 행사에 지나칠 정도로 안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靑 경호처 "안전조치 모두 시행, 대구 부시장에게 확인하라"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의전을 책임지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통상 경호처에서 상응 조치를 한다. 처음 듣는 얘기라 답변 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참석자들의 안전이라든가 건강, 발열 체크 등은 하는데 이건 경호처에서 한다. 경호처에서 어떻게 했는지 모르니 답변드릴 수 없다"며 "(참석자 유무 판단도) 의전쪽에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확인해 드릴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비서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대구 경제부시장도 밀접 접촉자 중 한 명이다. 다행히 '음성'이 나왔지만 경호상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재차 물었다. 경호처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호 활동의 일환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행사 참석자에 대한 문진과 소독, 발열체크 등의 안전조치를 시행했다"고 답했다.
'참석자 주변은 사전 검사를 하지 않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정상적인 경호 조치가 이뤄졌다. 문제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 질문은 대구 부시장한테 확인하라"는 메시지가 돌아왔다. 대통령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에 대한 발열 체크와 소독을 실시한 만큼, 참석자 주변인이 확진자든 유증상자든 상관이 없고, 이 부시장이 '음성' 판정이 나왔으니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호처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다는 것으로 향후 비슷한 상황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춘추관 제공)
◇ 확진판정 비서는 대통령 방문 전날도 출근…부회식도 참석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이 부시장의 비서는 지난 주부터 발열 등 이상증세를 보여 23일 새벽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도 이튿날인 24일 정상 출근했다.
발열 증세 등으로 검사를 받은 이후에는 자가격리가 원칙이지만 유증상자인 해당 비서는 다음날 출근해 동료들과 업무를 본 것은 물론 회식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시장도 해당 회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구 방문 하루 전 상황이다.
청와대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대통령 행사 참석자들에 대한 코로나19 유증상자를 가려내기 위해 청와대는 참석 대상자들에게 사전에 △직장 동료나 가족 중에 코로나 19 유증상자가 있는지 △최근 2주 동안 발열 등 몸이 안 좋은 적이 있는지 여부 등을 문진표로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참석 대상자들이 모두 '없다'고 답하면서 청와대는 이들을 모두 초청했다. 경호처는 행사장 앞에서 발열 체크와 소독만으로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이 부시장을 행사장에 들여보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밀접 접촉자라든지, 유증상자라든지 등은 본인이 얘기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그래서 (행사장 앞에서) 소독을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대구시청 침묵 일관…시 대변인도 취재 의도 파악하고 통화 회피CBS노컷뉴스는 확진 판정을 받은 비서가 경제부시장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실을 보고했는지, 이 부시장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대통령 행사장에 참석했는지, 비서가 검사 다음날에도 발열 상태로 시청에 출근한 게 맞는지 등을 묻기 위해 이승호 부시장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이 부시장은 취재 취지를 문자로 설명하자 '대구시 대변인을 통하는 것이 좋겠다. 미안하다'는 짧은 답변만 보내왔다.
이에 대구시청 차관혁 대변인에게 통화를 시도하자 '회의중이니 문자를 달라'는 짧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문 대통령의 대구 방문과 관련해 여쭤볼 게 있다'는 문자를 남기자 더이상 답이 없었다. 차 대변인은 추가 전화도 받지 않았다. 뒤늦게 이 부시장이 근무하던 대구시청 별관은 패쇄됐고 직원 800여명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