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대응을 놓고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 국민청원이 '세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각종 조작 의혹까지 더해져 본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은 25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뒤 28일 오전 기준 125만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청원인은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에 대한 초동 대응조치의 목적으로 중국인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현 사태에서 문 대통령의 대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고 청원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청원이 올라온 뒤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얻기까지는 20일 넘게 걸렸는데, 이후 이틀 만에 8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맞불 청원도 바로 등장했다. 26일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 청원에 대한 동의도 20만명을 넘어 이날 오전 93만명을 돌파했다.
이 청원자는 "국민 건강을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 모든 분이 바이러스 퇴치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대통령은 오직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 지지와 반대 세력이 맞붙은 '세 대결' 양상이 펼쳐지면서 '국민이 궁금해하는 정책이나 현안과 관련해 답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취지는 이미 퇴색된 상황. 더구나 각 진영은 서로를 향해 국민청원에 매크로 프로그램이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탄핵 매크로 의심글 보고 방금 녹화한 결과'라며 실제 청원 숫자가 바뀌는 양상을 직접 녹화해 올리는 이도 있었다. 네티즌은 '네이버 초시계까지 키고 녹화했는데 믿을 수 없다'라는 댓글을 남겼고 또 다른 네티즌도 '새로고침 버튼을 수시로 눌러보니 인원수가 100명씩 바뀐다. 이러니 의혹을 지울수 없는 것'이라고 적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대결 양상이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한국당 해산 청원에 183만명이 동의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자 이에 '맞불' 성격의 청원이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청원은 33만여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당시에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 당시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로 각각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터져나온 목소리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른바 '조국 대전'이었다. 청원 게시판이 현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이 주요 정치적 국면마다 세를 과시하는 무대로 변질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탄핵을 요청하거나 반대하는 청원을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직접 올리는 자체가 모순이라며 국민청원의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일부 정당들이 표결집효과를 누리려 국민청원 게시판을 이용하는 것은 애초 본 취지와도 다른 일"라며 "국민청원 관련 매크로는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나서서 할 수 없기에 일부 지지자들이 모여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