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에서 남구청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단 신천지와 연관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한때 소강상태를 보였던 코로나19 감염세가 신천지를 만나면서 급증한 가운데, 신천지의 연이은 '거짓말'들이 정부의 초기 대응을 방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확진 판정 뒤 역학조사에서 동선을 숨기는 사례가 잇따라 발견됐고, 신천지 공식 입장도 여러번 번복되면서 정부 방역의 혼선을 가중시켰다.
① 21만? 24만? 29만? 오락가락 신천지 신도 숫자신천지는 지난 25일 질병관리본부에 국내 신도 21만2324명 명단을 제공했다. 신천지 신도에 대한 보건당국의 전수조사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간 신천지가 밝힌 신도 수인 24만여명보다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나오자, 신천지는 지난 26일 돌연 해외교회 신도 3만3281명 명단을 추가로 제공했다.
신천지가 신도 수를 숨기고 있다는 비판은 이어졌다. 신천지가 "교육생은 정식 신도가 아니라 임의로 제공할 수 없다"면서 7만명 정도로 알려진 '교육생'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비난 여론에 못이겨 신천지는 6만5127명(국내 5만4천·해외 1만1천)에 이르는 교육생 명단을 뒤늦게 정부에 전달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보건당국과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지적이 나올 때마다 비공개 명단을 제공하는' 행태를 지속한 것이다.
신천지가 미성년 신도를 제외한 명단을 제출한 점도 문제다. 정부는 미성년 신도가 받을 충격을 고려해, 그 부모들에게 감염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미성년 신도 중에는 부모나 가족에게 신천지 신도임을 알리지 않거나, 아예 집을 나와 단체로 생활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런 방침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도수를 속인 정황은 경기도의 압수수색 과정에도 드러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5일 신천지 과천본부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신천지가 질본에 국내 신도 명단을 제공한 바로 그날이다. 이 지사는 "신천지 측이 (정부 제공 명단에) 경기 과천 집회 참석자가 1920명이라고 했지만, 강제 조사 결과 9930명으로 나왔다"며 신천지가 의도적으로 신도 수를 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② 우한에 지부 없다더니…녹취록 나오자 "건물은 없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신천지 지부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신천지는 애초 "중국에 신천지 지부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5일 "신천지 신도들이 중국 우한에서 지난해 12월까지 모임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우한 내 신천지 신도가 200명 정도라고 전했다.
우한에 지부가 있다는 녹취록이 폭로되기도 했다. 종말론사무소는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천지 야고보 지파장' 설교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지금 우한 폐렴이 있는 곳은 우리 지교회가 있다" "3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있다는데, 신천지 신도는 하나도 안 걸렸다" 등 내용이 나온다.
그러자 신천지 측은 지난 26일 "신도가 120명이 넘으면 '교회'라고 부른다"며 "우한은 2018년도에 120명이 넘어 교회라고 명명했지만, 교회 건물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27일에는 "중국 내 신도 88명이 지난해 12월1일부터 현재까지 국내에 입국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기도 했다. 88명 중 38명은 중국으로 돌아갔고, 49명은 체류중이라고 신천지는 밝혔지만 이 또한 정확한 수치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③ 확진자 신도들, 당국 조사서 '거짓말·은폐' 잇따라
신천지 시설 폐쇄. (사진=자료사진)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신도들이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거짓말한 사실이 연이어 적발돼 혼선을 빚고 있다.
경기 용인의 첫 확진자 A씨는 "신천지 교인도 아니고 대구 방문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휴대전화 GPS(위성 항법 장치) 추적 결과 지난 16일 대구 신천지 집회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집회에는 31번 확진자도 참여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따르면 111번 환자 B씨(대구 거주)는 서울시 역학조사에서 신용카드 영업을 위해 가좌보건지소와 북가좌1동주민센터만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 진술이었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보니 그는 북가좌2동과 남가좌2동, 홍은2동주민센터 등을 추가로 방문했다.
대구 서구보건소에서는 감염 예방 업무를 총괄하는 감염예방의약팀장 C씨가 신천지 신도임을 숨기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이를 밝히기도 했다. 경북북부 제2교도소에 근무하던 교도관 D씨는 700여명의 수감자, 교도관과 함께 근무하면서도 법무부 조사에서 신천지 신도라는 것을 숨겼다.
④ 신천지 집회장 1100곳뿐일까…전문가들 "400곳 누락"
신천지는 지난 22일 홈페이지에 전국 1100개의 시설 명단을 공개하고, 해당 시설의 방역을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신도를 포섭하는 위장센터와 문화센터, 복음방 등은 이 시설 현황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울러 신천지가 지난 정기총회에서 발표한 부동산은 총 1529개(성전 72·선교센터 306·사무실 103·기타 1048)다. 이단 전문가들도 "400여곳의 시설이 누락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신천지가 밝힌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신천지의 거짓 해명 때문에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 역량이 저하됐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코로나19 '시간 싸움'에 쏟아야 할 행정력을 이들의 거짓을 밝혀내는 데 사용하면서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단 전문가 강신유 목사(광주주신교회)는 "신천지가 내놓는 자료를 절대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며 "실제 경찰이 신천지 신도나 시설 현황을 파악하는 데 투입되고, 숫자도 매일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지금이라도 신천지를 보는 당국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신천지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이단 상담소나 전문가 자문을 받아서 대응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