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민주화운동 원로들이 주도하고 군소 진보정당이 참여하고 있는 정치개혁연합(가칭)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의원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가 명분과 실리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연합 정당의 향배가 결정된다.
◇ "국민에 대한 도리 아냐" vs "통합당 꼼수에 대한 대안"민주당이 연합정당에 전면적으로 참여할 경우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원내 1당으로 올라서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박빙 지역에서의 판세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결국 여론이 악화되면 일부 비례를 늘릴 수 있지만 1000표 이내로 승패가 갈리는 지역구에서 참패하면 결과적으로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는 최악의 경우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민주당이 열세를 보이고 있는 영남 지역의 의원들은 대체로 "명분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비례정당 참여는) 소탐대실"이라며 "국민을 믿고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해영 의원도 지난달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해 왔고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을 강력히 규탄해 왔다"며 "이런 행보를 해 온 우리 민주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화 원로와 일부 소수 정당이 참여한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국민적 요구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연합정당에 참여할 만한 명분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봉주 전 의원이나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주도했던 위성정당들과 연합정당은 전혀 다르다며 찬성하는 의원들도 상당수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민주화운동 인사들은 우리(민주당) 말을 들어줄 분들이 아니다"라며 "미래통합당이 꼼수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을 저지하자는 대안인데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우호 관계에 있는 진보진영들은 다 위성정당이냐"며 "독자적으로 3% 봉쇄조항을 뚫기 어려운 진보 정당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연대·연합의 의미는 있다"고도 했다.
일부 박빙 지역구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범진보진영의 전체 파이가 늘어나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이 1당으로 올라서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다른 수도권 중진의원도 "선거제 개혁안의 취지가 무색해지긴 하지만, 이왕 참여할 거면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빨리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류종열 전 흥사단 이사장이 발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 최고위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미래한국당을 등록시켜준 순간 연동형 비례제가 완전히 훼손됐다"며 "연합정당에 참여해서 같이 맞불을 놔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역풍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민주당 내 연합정당 참여에 찬성하는 측은 기존 지지층의 80%까지는 연합정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현재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측 후보들을 연합정당의 경선에 추천하면 지지층 흡수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먼저 후보를 추천하고 이후 대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추인을 받는 것도 '민주적 절차'로 인정하겠다고 미래한국당 측에 답변한 바 있다.
민주당 비례대표공천위원회는 비례1번(여성장애인), 비례2번(외교·안보), 비례9번(취약지역), 비례10번(사무직당직자)을 제한경쟁분야로 분류해 순위 투표에 붙이는 방안을 채택했다.
연합정당 참여에 힘을 싣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들은 1·2번은 녹색당 후보에게, 3·4번은 미래당 후보에게 양보하고 민주당 후보들은 뒷번호를 할당받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 녹색·미래당, 지도부-평당원 이견…정의당 반발녹색당과 미래당도 당내 이견이 있긴 마찬가지다.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소수 원외정당이 3% 봉쇄조항을 넘은 적이 없다. 정치적 약자가 힘을 모으는 것"이라며 "위성정당과 선거연합은 구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 전 위원장은 스페인의 우니도스 포데모스, 뉴질랜드의 연합정당 등을 예로 들면서 "앞으로 이같은 선거연합은 일반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당 오태양 대표도 "연합정당은 소수당의 원내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선거개혁의 지지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 전 위원장과 궤를 같이 했다.
실제로 비례대표제가 자리잡은 유럽권 국가들에선 연합정당이 다수 있지만, 선거 때 뭉쳤다 그후엔 흩어지는 형식이 아니다. 각각의 세력에게 내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때문에 국내 범진보진영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연합정당과는 결이 다르다.
녹색당 내 당원게시판엔 "기득권 정당들의 연합", "꼼수에 꼼수로 맞받는 거냐"는 등 선거연합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우세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연합정당이 오히려 기존 양당 구도를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의당은 연합정당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전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비례민주당 창당 여부와 민주당 안팎의 비례정당 창당 추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 주기 바란다"며 "원내 1당을 미래통합당에 뺏기면 문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민주당의 연이은 실책으로부터 빚어지는 초조함과 불안감의 반영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정의당 관계자도 "지도부에서 전혀 논의가 없다"며 "결국 민주당이 주도권을 갖고 마음대로 할 게 아니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