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까지 내놨지만, 과열 양상을 넘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된 마스크 수급 논란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마스크 대란에 고강도 대책 내놓은 정부…그런데 마스크, 꼭 필요할까?정부는 지난 5일 마스크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이른바 '마스크 5부제' 등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강도 높은 마스크 수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도한 수량 제한으로 오히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게 됐다며 벌써부터 정부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와 방역당국,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애초 '마스크 과열 현상'부터 자제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국(CDC)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도 한결같이 코로나19 예방에 대해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염을 일으키는 주요 경로는 주로 침, 콧물 등 '비말'(미세한 물방을)을 타고 호흡기로 침입하는 방식이다.
감염자가 재채기 등을 하면서 날아온 비말이 직접 다른 사람의 몸으로 옮겨갈 수도 있고, 비말에 오염된 물건 등이 마르기 전에 다른 사람이 만졌다가 자신의 손을 거쳐 코, 입 등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예방수칙에서도 우선 외출을 줄여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이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이 때 마스크는 다른 사람과 접촉하거나, 손을 씻지 않았을 때 비말이 호흡기로 들어오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 때문에 호흡기 질환 등이 있는 고위험군, 혹은 의료기관이나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마스크가 꼭 필요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인적이 많지 않은 개방된 공간에 있다면 비교적 마스크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마스크 열풍에 부작용 우려도…전 국민 나눠갖기보다 고위험군 우선 지급되야
(그래픽=기획재정부 제공)
더구나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오래 외출하면 오히려 다른 사람과 접촉이 잦아지면서 감염 위험만 키울 수도 있다.
또 WHO는 "무분별한 마스크 착용은 손의 위생 등과 같은 필수 조치를 무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마스크의 기능과 역할이 과하게 홍보됐다"며 ""건강한 사람은 (개방된) 야외활동 등 보통의 활동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은경 본부장도 마스크 사용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마스크를 쓰고 나가는 것보다는 아예 안 나가는 것을 권고한다"며 외출하는 경우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경우로는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자 △고령 혹은 만성질환자 △의료기관 방문자 등을 꼽았다.
물론 전 국민이 마스크를 충분히 구비해 사용할 수 있다면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하루 660여만 장이었던 마스크 생산량을 하루 1천여만 장으로 2배 가까이 늘려봐도, 5천만 전 국민이 매일 마스크를 착용하기는 애초부터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나 다름없다.
방대본 권준욱 부본부장은 "온몸을 우주복처럼 보호하는 '레벨D 개인보호구'도 일선에서 꼭 사용할 곳에 사용하기 위해서 국가가 비축, 공급하는데 일부에서는 레벨D 보호구까지 과도하게 요구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른 기저질환이 없는 일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2m 이상의 거리를 두는 것,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마스크보다 우선되야 한다"며 "마스크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가는 등 꼭 가야 할 곳을 갈 때 쓰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불안 부추겨 '정치적 쟁점' 만든 정치권·언론…누구를 위한 마스크 논쟁인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사진=윤창원 기자)
이처럼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불안에 떠는 '과몰입'을 부른 배경에는 정부 잘못도 없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공식 보도자료나 지침에는 줄곧 거리두기·손씻기 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구두 발언에는 입버릇처럼 마스크 착용을 권장해왔다.
특히 정부 고위 관료나 지자체장들도 언론 앞에 나설 때마다 '시민들의 경각심을 불러야 한다'는 명분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과시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일 직접 대형마트에서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하고 "이 나라가 편안하게 마스크 한 장 사기 힘든 나라가 됐는지 정말 자괴감이 든다"고 말하는 등 연이어 정부의 마스크 정책을 비난해왔다.
또 일부 언론도 경쟁적으로 마스크 부족분을 강조하고,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시민들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등 '경마식 보도'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마스크 열풍이 불면서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모두가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해명하자 '마스크 부족 현상 잘못을 감추려 말을 바꾼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마스크 수급 문제를 방역상의 필요성보다 과도하게 부각시키면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방역당국의 역량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림대 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의 마스크 문제는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에 비해 효과가 낮다"며 "별다른 대안이 없기로는 마찬가지면서도 정치권과 언론이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물론 국민들이 느낄 불안감은 당연하다. 예컨대 대구, 경북에 사는데 마스크가 없으면 집 밖에 나갈 수도 없을 만큼 불안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한정적인 마스크 물량을 꼭 필요한 곳에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