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에만 집중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 2012년 정치권에 입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꾸준히 기성 정치세력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때로는 당당하게 거부했고 때로는 못 이긴 척 손을 잡았다.
때문에 4·15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요즘 새롭게 거론되는 통합 제안이 그리 낯설지 않다. 이번 구애는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쪽에서 나왔다. 무엇을 노린 걸까.
안 대표는 11일 "대구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누구를 만날 입장과 상황이 아니다"라며 "실용적 중도정치의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고 밝혔다.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한 신문 인터뷰에서 당 대표직까지 넘길 수 있다고 언급하며 통합 제안을 내놓자 김도식 비서실장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한 것이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의 경우 강경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한 대표가 어디서 약주를 먹고 한바탕 꿈을 꾼 건가? 아니면 뭘 잘못 먹었을까"라며 "통합 제안은 스토킹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그런데도 미래한국당 측에서는 뜻을 굽힐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 대표는 "안철수 대표는 저와 상임위원회도 같이 했었는데 전화를 해봐도 통화가 되지 않는다"며 "그쪽이 중도 실용의 길을 간다고 했지만 언제든 연락이 오면 당장 (대구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한국당이 가장 노리는 건 중도·보수 세력을 모두 규합해 '반(反) 문재인'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좁게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넓게는 전진당이나 시민사회단체까지 포괄해 통합정당을 구축한 상태에서 안 대표까지 합류한다면 집권여당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빈약한 정당성을 보완할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통합에 성공할 경우 국민의당이 품은 '실용적 중도'라는 가치를 끌어들이면서 미래한국당에게 붙은 '위성정당' 꼬리표도 어느 정도 탈색할 것으로 기대한다.
통합당 한 재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미래한국당의 키를 쥐게 되면 단순히 이미지를 바꾸는 것뿐 아니라 아예 위성정당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래한국당을 찍을 수 있게 되고 상당한 파괴력이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안철수계 인사들이 통합당으로 이적해 일부 지역구 공천을 받았으니 비례대표 후보도 한 정당에 모여 2개의 연결고리를 구성한다는 계산이다.
만약 안 대표가 끝내 응하지 않더라도 미래한국당의 구애는 그 자체로 손해 볼 것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성사가 어렵다는 건 알지만 당 대표직까지 제안했는데 이렇게 거절하면 명분이 떨어지는 건 안 대표 쪽"이라며 "그러면 중도층 일부가 돌아서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근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저울질하고 국민의당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비례전용 정당 사이에서 관심이 식자 '주목 경쟁'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안 대표 측에서는 미래한국당 측에서 사전 접촉 없이 통합 제안을 언론에 공개한 것에 비춰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도 없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묻지마 반문연대 식이라면 애초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냐"며 "그렇게 해서 만약 총선에서 승리를 한들 그것이 기존 정치와 다르지 않음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