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내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마스크 5부제로 공적마스크 판매가 본격화된 가운데 유통업체와 판매처인 약국이 중간에서 부당하게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센터 같은 곳을 통해 나눠주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인데, 과연 타당한 지적인지 검토해봤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 11일 공적마스크 약국 유통을 맡은 민영업체들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마진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에 따르면 지오영과 백제약품은 마스크를 한 장당 평균단가 900원~1천 원에 조달청에서 넘겨받아 전국 약국에 1100원에 공급한다.
이로 인해 장당 100원~200원 정도 수익이 생기는데 이를 계산해보면 전국 약국 2만818개 대비 유통 점유율에 따라 지오영(75.5%)은 최소 약 28억 2257만 원, 백제약품(24.5%)은 최소 약 9억 1593만 원을 마진으로 가져갔다는 설명이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민간기업과 약국이 유통과 판매를 맡아 마스크 가격이 1500원으로 상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약국이 아닌 각 주민센터 판매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마스크 공급과 가격안정화를 위해 유통 및 판매가 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마스크 5부제는 안정적인 마스크 공급보다 마스크 유통업체와 약국의 이윤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마스크 유통업체, 독점 공급으로 이윤 추구한다?생산된 마스크는 공장에서 바로 약국으로 향하지 않는다. 일단 물류창고에서 재포장을 거쳐 전국적인 유통망으로 공급된다. 그리고 이런 유통망을 보유한 업체가 바로 업계 1·2위인 지오영과 백제약품이다.
식품안전의약처(이하 식약처) 관계자는 12일 CBS노컷뉴스에 "전국적인 유통망이 없다면 공적마스크 당일 배송을 감당하기 어렵다. 공장에서 바로 약국으로 가는 게 아니라 매일 물류창고에서 밤샘 재포장 작업을 해서 약국에 유통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유통업체 두 곳에서 약국 배송 차량만 880대가 움직인다. 장당 100~200원인데 여기에 인건비, 물류비 등을 생각하면 이익이 크지 않다. 보통 이런 유통업체들을 보면 물류비만 30%를 차지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오영의 경우 '컨소시엄' 형태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소규모 유통업체들도 함께 공적 마스크의 신속한 유통에 힘쓰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오영 단독이 아니라 지오영 '컨소시엄'이다. 10개 이상 업체들로 구성된 '컨소시엄' 형태로 유통이 되고 있다. 어느 한쪽에 공적 마스크 유통 몰아주기로 특혜를 주거나 한 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국 읍·면 우체국에서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파주시 문산우체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주민센터 판매하면 더 저렴한데…왜 약국에서?약국은 주민센터와 비교해 접근성, 물류체계, 중복구매 차단 시스템 등이 더 적합한 판매처였다.
주민센터는 전국적으로 약 3500개에 불과하지만 약국은 약 2만 3천 개로 그 수가 무려 6.6배 가량 많다. 공적 마스크 구매가 원활하게 분산되기 위해서는 주민센터보다 약국이 유리한 셈이다.
약국과 달리 애초에 주민센터 등에는 의약외품에 대한 전국적 유통망이 갖춰져 있지 않다. 중복구매 차단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식약처 관계자는 "공적 마스크 당일 배송을 주민센터로 하려면 새로운 물류체계가 구촉돼야 하는데 여기에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많이 소요된다. 이것이 결국 마스크 판매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미 약국에 있는 중복구매 차단 시스템도 새로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도 당연히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미 장당 200~300원하던 마스크 생산단가가 3~5배 가량 뛰어서 900~1천 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부가세, 소득세, 카드수수료 등을 빼면 약국이 장당 1500원에 판매해 400원을 남겨도 큰 이익이 남지 않는다. 여기에 마스크 판매처로 지정되면서 일반 환자 응대에도 지장이 발생하고 있다.
류영진 전 식약처장은 11일 SNS에 "약국이 장당 1100원에 구입해서 1500원에 팔아 400원 이익이 남는다. 부가세, 소득세, 카드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장당 189원이 남는데 약사들은 마스크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입 문의와 항의 등으로 본연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 결코 큰 이윤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식약처 관계자 역시 "400원이 순이익으로 남는게 아니라 세금과 카드수수료를 제외해야 한다"면서 "민간업체에 이익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약국 역시 환자 응대도 제대로 못하고, 다른 약도 팔지 못하고 공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 이를 '이익만 남긴다'라고 보는 시선에 힘이 빠진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