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당' 측이 올린 기부금 모금 캠페인.
연동형비례제의 도입으로 군소정당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황당한 공약들도 난무하고 있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에 대한 고민도 없을뿐더러 현실성 없이 상상력에만 의존한 공약도 수두룩하다.
◇ 재원 마련은 '글쎄'…"50개 정당 난립하는 상황서 당연한 것"
최근 가장 논란이 된 건 여성의당 김진아 공동대표가 올린 후원금 광고다. 김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한국 여성의 미래에 투자하라"며 재벌 총수들을 언급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부진 사장님! 신라호텔 애플망빙(애플망고 빙수)를 더 사 먹을 수 있도록 딱 1억만 돌려주세요", "정용진 부회장님! 전국 이마트 단골들에게 딱 1억만 돌려주세요"라며 후원금을 요구한 것이다. 또 여성의당 당사를 차릴 수 있도록 마포·여의도 건물주를 급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결국 해당 광고는 삭제됐다.
창당의 변으로 "한국 최초의 여성의제정당으로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 및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혀놓고, 여성들을 특정 호텔과 백화점 단골이라는 여성 혐오적인 프레임과 맞닿아있는 광고를 게재한 것은 단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국대 이인숙 여성학과 교수는 "상당히 젠더 의식이 부족한 광고"라며 "'여성의당'이라고 하면 남자들이 일단 경계심부터 갖고 바라보는데, 이런 이슈들이 하나씩 어긋나다 보면 여성의당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해당 광고에 개인 명의의 계좌번호까지 포함돼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이 일자 여성의당은 "지난 10일 오후 여성의당 트위터 계정에 게재된 '희비 바이럴'과 관련, 주의 환기를 위한 자극적인 광고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여성으로부터 수혜와 수익을 얻고 있는 여러 기업의 오너들에게 여성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당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밝혔다.
(사진=국가혁명배당금당 페이스북 캡처)
선거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했던 허경영 씨는 국가혁명배당금이라는 더 황당한 공약을 내걸고 돌아왔다. 당 이름도 공약에서 그대로 따왔다.
배당금당은 핵심 공약은 '33정책'이다. △긴급생계지원금 가구당 1억 원 △국회의원 수 100명으로 축소 및 무보수 전환 △지자체 선거 폐지 및 대통령 임명제로 변경 △결혼부 신설 및 결혼 수당 1억 원 지원 △출산 시 출산수당 5000만 원 지급 및 전업주부 수당(아이 10살까지 월 100만 원) 지급 △20세 이상 국민에게 1인당 월 150만 원 배당금 지급(65세 이상 노인은 월 70만 원 추가 지급)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 드는 재원은 자체 추산으로 총 2800조 원에 달한다. 국회의원 세비·보좌관 폐지, 재산비례형 벌금제도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성은 낮다. 이 돈을 마련하려면 한 해 예산의 8배 정도가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돼 있진 않은 정당들에서도 비현실적인 공약이 무더기로 나왔다.
'핵 선제공격이 5천만 살린다'는 기치 아래 창당된 핵나라당의 공약도 허경영당에 못지않게 터무니없다. 핵나라당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핵무기를 제조하고 남북한 힘의 균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6000조 원의 국채 발행을 통해 국민에게 각각 1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 밖에도 결혼정보회사 '선우'를 설립한 이웅진 대표가 창당 추진 중인 결혼미래당은 전국민 결혼정보서비스 무료 제공하겠다고 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들 정당은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고 있지 않다.
명지대 신율 정치학과 교수는 이런 공약이 난무하는 것을 놓고 "50개 이상 정당이 난립하는 상황에선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유권자들의 호응이 높은 데 대해선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가 큰 데 대한 반작용"이라며 "포퓰리즘은 전 세계에 퍼져 있다. 미국만 해도 버니 샌더스는 복지에 쓰겠다는 예산이 50조 달러가 넘는다. 샌더스는 당선될 가능성이 작지만 도널드 트럼프 같은 포퓰리스트는 당선됐지 않느냐"고 경계했다.
한편, 미국에서도 의회 계단에서 마리화나 흡연을 허용하거나 3쪽을 초과하는 법안은 발의를 금지하고, 달(moon)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등 비상식적인 공약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