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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책 쏟아내지만…'L자형' 경기침체 현실화?

금융/증시

    부양책 쏟아내지만…'L자형' 경기침체 현실화?

    김용범 기재부 1차관 "V자 회복 쉽지 않아, L자형 우려"
    전 세계 각종 대응책 쏟아내, 한은도 금리 인하 0.75%
    정책들 효과를 내는데 '시차' 필요…국가 간 '공조 체제'도 불안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전세계가 무제한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도 기준금리를 내리고 돈을 푸는 등 각종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부양책이 효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L자형 불황'을 언급하며 사태 장기화에 방점을 두고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 정부 공식적으로 'L자형 경기 침체' 처음으로 언급

    정부가 공식적으로 'L자형 경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L자형 경기침체란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접어 들고 이후 회복 기미 없이 저점 상태에 장시간 머무는 상태를 말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거시금융경제회의를 열고 "과거 감염병 사례에서 나타난 글로벌 경제의 일시적 충격 후 반등, 이른바 'V자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나아가 'U자' 더 나아가 'L자' 경로마저 우려됨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과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 상황까지 가정하며 금융시스템 및 외환 부문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정책 수단을 철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월 고용시장동향을 발표할 때만 해도 취업자 증가, 고용률, 실업 등 3대 고용 지표가 모두 개선되면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 5일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도 코로나19의 방역은 1분기 이내 완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실물경제 영향 등을 점검한 뒤 이같은 전망을 수정했다. 김 차관은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세계 경제 충격은 우려를 넘어 기정사실화됐다"고 평가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부가 'L자형 경기 침체'를 공식화 한 것은 코로나19가 어떤 한 나라의 감염병 문제를 벗어나 전 세계로 확산된 데다 전례 없는 경제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제는 코로나19의 문제를 벗어난 영역이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가 계속적으로 금융시장에 반영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제전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캐서린 만 씨티그룹 수석경제학자는 최근 '코로나19시대의 경제' 보고서에서 "통상 감염병 충격 후 제조업은 V자형 회복이 기본이지만 이번 코로나 충격은 순차적으로 전파된 점을 볼 때 여러 개의 V자형이 긴 시간에 걸쳐 이뤄지므로 전체적으로 U자형 회복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봤다. 서비스업은 L자형 침체를 예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도 "정상적으로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봐야 한다"면서 "제조업의 경우 물건을 안 샀다면 나중에 살 수 있지만, 서비스업의 경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나중에 두 배를 이용하지 않는다. 이같은 서비스업의 특성상 회복이 잘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냉장고를 사는 일은 코로나19로 인해 나중에 살 수 있지만, 머리카락을 자르러 미용실에 가는 걸 미룬다고 해서 나중에 두 번 가지는 않는 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연합뉴스)

     

    ◇ 부양책 쏟아내지만, '시차' 필요+세계적 공조 체제는 '불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고,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7천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MBS(주택저당증권)도 매입하기로 했다.

    또 캐나다와 영국, 일본, 유로존, 스위스 등 통화스와프(달러와 해당국 통화 맞교환) 협정을 맺고 있는 5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달러화 대출금리도 인하 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내 금융회사는 물론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 등 경제 동맹국과 코로나발 경제 위기에 맞선 '공동 전선' 구축에 나선 셈이다.

    한은도 임시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50bp 인하했다. 기준금리를 현재 1.25%에서 50bp 내려 0.75%로 운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상 첫 0%대 금리에 진입한 것이다.

    전세계와 더불어 우리 정부도 각종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책들이 효과를 내는 데는 우선 '시차'가 필요하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여러가지 거시 데이터, 기업 실적 등이 효과를 누리기에는 단기간 내 어렵다. 즉,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은 그 우려까지 반영하기 때문에 조치 등이 나온다 해도 당장 주식 시장의 불안감을 탈피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또 과거 경기 침체의 충격은 대부분 '시스템 리스크'였다. 외환 관리나 국채 부채를 관리하지 못해서 나타난 위험이었고, 이에 맞는 처방책이 나왔다. 과거와 똑같은 처방으로 효과를 내는데는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충격에 대한 본질 자체가 감염병 확산이기 때문에 아직도 '감염 확산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세계가 각종 부양책을 내놓지만 현재는 보호무역이나 국가이기주의로 장벽을 올려 놓은 탓에 '공조 체제'가 잘 이뤄질 지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운다. 김형렬 센터장은 "10년 전에는 지금처럼 나라 간 분쟁이 있지 않았다"면서 "세계 각국이 정책을 내놓긴 하겠지만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공조 체제가 가능할 지에 대해 불안한 시각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나오는 부양책에 대해 호응도가 예전과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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