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어린이집이 임시 휴원에 돌입한 2월 27일 서울 마포구 한 유치원 앞에서 학부모가 아이들의 마스크를 챙기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저희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스스로가 바이러스가 된 느낌? 내가 꼭 벌레가 된 느낌이에요. 거의 한 달 동안 잠을 2시간도 못 잤어요. 마음의 상처가 있으니까 도망쳐버리고 싶은 마음이죠."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운영하는 가게 이름이 노출된 A씨.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 동선과 가게 이름 공개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코로나19와 아무 상관도 없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물론 학년, 반, 학원까지 지역 온라인 카페에서 공개되면서다.
"공개가 되고 나니까 다른 학부모들이 '음성 판정을 받아와라' 하면서 애들 사진도 공유하더라고요. 난리가 나서 애들 때문에 가게 문을 2주 동안 닫았어요."
이후 A씨 가족은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하고 2주 동안 계단으로 다녔다. A씨는 심리 치료까지 받아야 할 정도였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너무 떨어져서 너무 무기력해졌어요. 2주 동안 씻지도 않고 핸드폰도 안 보게 되더라고요. 움직이기도 싫고 아무 것도 하기 싫다 보니까 집도 엉망이죠. 보건소에서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다'라고 하는데 병원가기는 무섭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A씨는 자녀의 전학을 생각하고 있다. 전학을 위해서 이사는 물론 이민까지 고려하고 있다. 개학을 하게 되면 아이들이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운영하고 있는 가게는 단골손님 덕분에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가게에서 사용하던 집기류를 모두 폐기하고 새로 구입한 것은 물론, 문자메시지로 손님들에게 사정을 알리는데 300만원을 사용했다.
"투명하게 하는 게 손님들에 대한 예의고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확진자가 다녀갔다, 2주간 휴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방역을 다 받았다, 검사받은 직원들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렇게 몇 번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니까 300만원 들었어요."
A씨는 가게 이름이 공개된 이후 정부 차원에서 사후 관리가 안 되는 점을 지적했다. 방역 완료로 인한 안전 확보와 직원들의 코로나19 음성 판정 등을 알리는 책임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해서 가게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뒤로는 다 개인의 책임이에요.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 지원책도 저희가 보도 나온 것 보고 일일이 전화하고, 쉬는 날에는 하루 종일 그거 알아보러 다녀야하거든요. '우리는 끝난건가?', '우리는 기억에도 없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처럼 정부가 내놓은 자영업자 대책도 일일이 다 개인이 찾아서 확인해야 했다. 연매출 기준으로 지원이 이뤄지다보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도 발생했다.
한편 A씨는 자신도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 그 가족들이 받을 고통이 더 클 것이라며 위로했다.
"저희 가게 이름이 공개됐을 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항의가 너무 많으니까 지금 노이로제에 걸렸어요.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관심을 안 가져줬으면 할 정도니까요. 저희가 이 정도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데, 확진자와 그 가족들은 정말 힘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