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 대기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결국 원칙과 절차를 준수하기보다 권한을 이용해 위에서 내리꽂는 방식을 택했다.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4·15 총선 수도권 지역 2곳 공천 후보와 영남권 2곳 경선 실시 방침을 25일 발표했다. 당 지도부가 공천관리위원회 대신 공천을 직접 결정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이로써 공천 결정이 거듭 번복되던 민경욱 의원은 결국 회생했지만 느닷없이 좌절된 청년 신인 도전자들은 꿈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 '친황' 민경욱, 반나절 만에 부활최고위는 이날 밤 긴급 회의를 열어 인천 연수구을 지역 민경욱 의원 공천을 다시 확정했다. 공관위가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공천 무효를 요구한 지 반나절 만에 기각한 것이다. 민 의원은 황 대표와 가까운 '친황(親黃)'계로 꼽힌다.
회의에 참석한 이진복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민경욱 후보에 대해서 공관위가 결정한 내용은 법률로 심각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최고위는 또 경기 의왕과천에 신계용 전 과천시장을, 화성을에 임명배 동국대 객원교수 공천을 확정했다. 각각 이윤정 전 여의도연구원 퓨처포럼 공동대표와 한규찬 전 평안신문 대표가 '퓨처 메이커'라는 당내 청년 경선을 뚫고 본선을 준비하던 곳이다.
아울러 부산 금정과 경북 경주를 경선 지역으로 정했다. 금정에선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과 원정희 전 금정구청장이, 경주에선 컷오프(경선 배제)됐던 김석기 의원과 김원길 당 서민경제분과위원장이 맞붙게 됐다.
공관위가 공천에서 배제했던 백종헌 전 의장과 김석기 의원은 각각 재기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다급한 경선으로 당규 위반할 듯이날 회의에서는 참석자의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최고위 결정이 '월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앞으로 파장이 커질 우려도 적잖다.
회의에 참석한 이준석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회의가 길어진 것은 최고위가 공천권을 가지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지적 때문"이라며 "과정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유감이고 공관위와 매끄럽지 못한 의사 결정이 된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특히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날 경선이 다급하게 결정되면서 여론조사와 관련한 당규(공고 기간, 설명회, 서약서 서명 등)를 지킬 수 없게 됐다는 점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경우 경선 효력이 인정되지 않거나 상대 후보의 불복에 명분을 더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당장 민경욱 의원에게 밀린 민현주 전 의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수도권 선거를 망치기로 작정한 최고위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당선되어도 선거법 위반으로 날아갈 민경욱 의원을 연수을 주민 누가 찍어주겠나"라고 반발했다.
경기 의왕과천 이윤정 전 후보 역시 "기준과 원칙을 명백히 밝히라"며 26일 아침 법원에 공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석연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당내서도 우려 "전체 선거판 어쩌나"앞서 공관위가 '현실론'을 내세우면서 사태가 이렇게 수습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지만 추이에 따라 일촉즉발 힘겨루기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관위에서는 "당헌을 완전히 무시했다" "이성을 제대로 상실했다"는 등의 볼멘소리가 흘러 나온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건 독재가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위원 복수가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황 대표와 공관위가 정면충돌함으로써 노출된 공천갈등은 중도·개혁층 표심과 더 멀어지는 부메랑으로 통합당에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불출마를 선언한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날 사석에서 "당헌당규에 구체적으로 적시된 객관적 사유에 해당할 때 떨어뜨려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몇 개 바꾸려다 전체 선거판을 그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