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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쏘왓] 위기 때마다 주식 돌진한 개미들, 성과는?

금융/증시

    [홍기자의 쏘왓] 위기 때마다 주식 돌진한 개미들, 성과는?

    증권사 지점마다 '동학개미'들로 '문전성시'
    '투자자 예탁금' 45조 돌파…개미들 총알 '장전'
    올해 들어 3월까지 개미 성적표 '마이너스', 저점에 산 개미는 수익 올려
    IMF때도 금융위기 때도 개미들, 외국인 매도 종목 집중 매입
    2008 금융위기 기준 1년 후 성적 '훌륭'…단, 개인마다 보유 종목 다 달라 감안해야
    전문가들 "빚투는 금물, 우량주 투자, 자산 배분, 매입 시기 분산 해야"

    "30대 초반 직장인이에요. 주식에 대해서는 평소 잘 몰랐고요. 삼성전자 주식이 비싼 줄 알았는데, 이번에 주식이 폭락하면서 보니까 '오 살만하네?' 라고 생각되더라고요. 지금 사면 몇달 전 사람들보단 반값 주고 사는 거니까 이득인 것 같고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주식 계좌 처음으로 만들고 적게는 3천 정도 넣어보려고 합니다."

    "60세고 현재 청소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6년 전에 거래를 했었는데 요즘은 안했어요. 그때도 손해는 보지 않았는데 지금은 원체 빠졌으니까 들어가보려고요. 얼마 없는 재산이지만 전 재산 걸어볼 겁니다. 우량주 사야죠. 주위에 거의 다 삼성전자, 현대차 사더라고요. 삼성전자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가상화폐 광풍이 불던 2017년 말을 방불케할 만큼 주식 열풍이 불고 있다. 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비트코인'을 얘기할 때 처럼, 요즘은 만났다 하면 '삼성전자 주가' 이야기를 한다. 그야말로 '삼전 광풍'. 코로나19 조차도 막을 수 없을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개인 투자자인 개미들, 얼마나 주식시장으로 돌진하는 걸까.

    삼성증권 평촌지점. (사진=홍영선 기자)

     

    1. 지금 증권사는 '동학개미'들로 '문전성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이 시점에도 증권사 지점에는 개인 투자자, 이른바 개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 증권사 지점에 딸과 아내까지 가족을 이끌고 온 60대 남성은 "30년 만에 기회가 온 것"이라며 "주식을 시작하기 위해 신규 계좌 개설을 하려고 온 건데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면 된다고 해서 설명을 듣고 집에 가서 해보려고 한다"고 객장을 떠났다.

    객장에는 직원이 직접 고객의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비대면 계좌를 개설해주기도 했다. 50대 중반의 주부는 "계좌 개설을 오래 전에 했는데 거래를 한 번도 하지 않아 다시 하려니 모르겠어서 물어보러 왔다"면서 "주식은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이 모르면 삼성전자를 사라고 해서 조금만 더 떨어지면 살 것"이라고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백억대 자산가부터 가정주부, 대학생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식을 사고 있다"면서 "가족끼리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2. 개미들 얼마나 주식시장에 몰려갔나

    외국인들이 팔아치우는 주식을 모두 받아낸 개인 투자자들을 일컬어 '동학 개미'라고 표현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개인들은 올 들어 주식 23조 219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6조원, 기관은 9조원어치 가량 팔았다. 개미들이 홀로 받아내며 증시를 떠받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두달(1월 24일~3월 25일) 동안 주식을 사고판 계좌는 109만개 늘었다. 주식활동계좌는 지난 26일 3059만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 예탁금으로 불리는 증권사 계좌에 넣은 돈도 45조 1690억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 유입된 예탁금만 17조원이 넘는다.

    27일 하루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오간 돈만 거의 30조에 달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27일까지 3거래일 연속으로 거래대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 개미들의 현재 평균 수익률은?

    그래픽=고경민 기자

     

    주식도 장기 투자이기 때문에 현재(3월 말 기준) 수익률을 내는 건 섣부를 수 있다. 또 개인들은 종목을 분산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아니고 꼭 기자가 정해놓은 시기만큼 보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등락률 기준 시점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는 말을 미리 전한다. 올해들어 3월까지 개인과 외국인들의 '평균 수익률' 정도로 감안하고 보면 좋겠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이 건 압도적으로 삼성전자로, 7조 6422억원을 사들였다. 이외 SK하이닉스, 현대차, 한국전력, SK이노베이션, 신한지주, 기아차, 삼성SDI, 포스코, S-오일이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이 상위 10종목이다. 이 가운데 1월 초와 주가를 비교했을 때 상승한 건 삼성 SDI 단 한 종목 뿐. 6.90% 올랐다. 나머지는 10% 넘게 많게는 40%넘게도 급락했다. 개인들이 사들인 상위 10종목엔 포함되진 않았지만 12번째에 안착한 씨젠은 1월초 대비 274%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높은 건 셀트리온과 삼성전기였다. 각각 3149억원, 3138억원이다. 이외 삼성바이오로직스, 한진칼, 삼성물산, KT&G, 셀트리온헬스케어(코스닥), LG디스플레이, 펄어비스(코스닥), LG다. 외국인이 산 종목들도 적게는 6%에서 많게는 30% 넘게 하락한 종목도 있었다. 하지만 한진칼이 43.18%로 가장 많이 올랐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9.09%, 상위 10종목엔 없었지만 11번째인 엔씨소프트 14.97% 상승 등 개인들이 산 종목보다 상승한 종목이 더 많았다.

    자료=한국거래소 제공 (그래픽=김성기 기자)

     

    4. IMF때도, 금융위기 때도 주식시장에 몰려든 개미들

    사실 지금의 '주식 열풍'은 지난 위기 상황마다 유사했다. 한국거래소가 1999년부터 관련 자료를 집계해 구체적인 수치를 알 수 없지만, 97년도 11월 12일 통신사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제목이 '개인 투자자, 외국인 매도 종목 집중 매입'이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외국인들은 계속해서 주식을 팔아치웠고 그걸 그대로 개인들이 소화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같은해 11월 15일 제목은 <지칠 줄="" 모르는="" 외국인="" 매도="" 공세="">. 11월 21일에서야 <외국인 매도="" 공세="" 꺾여="">라는 기사가 나왔다. 정부의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요청 방침이 전해진 시점이었다. IMF 구제금융은 12월 3일 이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7년 말도 비슷하다. 당시에도 개인들은 저점 매수에 나섰다. 기준을 약 1년 정도로 잡고, 수익률을 살펴봤다. 개인이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 개미가 가장 많이 산 LG디스플레이는 20.21%, 대우조선해양은 34.45%나 올랐고 STX팬오션의 경우 1147.19%나 상승했다. 외국인의 경우도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LG텔레콤 한 종목만 하락했을 뿐, 나머지 9개 종목 적게는 2%에서 많게는 150% 넘게 상승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1년이란 기준을 놓고 봤을 때 개인의 투자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 지난 시점에서 저점 대비 고점을 기준으로 한 '1년 평균'인데다, 개인마다 사들인 종목·보유한 시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개미들의 성적이라고 적용하긴 힘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몇 번의 경제 위기,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저점'에 매수를 하면 수익률이 상당히 괜찮게 나온다고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주가가 많이 빠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굉장히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위원은 다만 "장기 보유로 이어지고 추가적 급락이 없다면 유의미한 성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유돼야 개인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충분한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단기적으로 해결 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5.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개미들에게 드리는 조언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현재 실물경제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 부분을 경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1분기 대규모 마이너스 성장, 2분기 역시 큰 수준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선 증시 지표와 실물 경제가 지나치게 괴리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다. 증시 지표와 실물 경기의 괴리가 커지게 되면, 증시 지표가 실물 지표를 쫓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증시라는 게 실물 경제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해서다.

    이 전문가는 결국 "증시가 나홀로 위로 상승쪽으로 가는 상황은 어렵다"면서 "결국 증시가 실물경제 흐름을 반영해 하락 쪽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들이 저점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추가적 하락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저점이라고 확신하는 자세보다는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매입 시기'를 분산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의 기초체력인 펀더멘탈보다 이런저런 이슈나 테마에 휘둘리는 부분들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테마주는 운 좋게 큰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투자하다가 그 판단이 빗나갔을 때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빚투(빚을 내서 투자) 금지 △우량주 투자 △자산 배분 등을 강조했다. 주식 시장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주식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업종별로 분산 투자를 한다고 해도 주식 자체가 위험 자산이기 때문에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계속돼 투자 심리가 얼어붙게 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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