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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호의 무시한 일본…의료 혼란 더 키웠다

아시아/호주

    손정의 호의 무시한 일본…의료 혼란 더 키웠다

    손정의, PCR 검사 100만명분 무료 제공 의사 밝혔다 비난 여론에 철회
    일본의 미온적인 PCR 검사, 오히려 화만 더 키워

    일본 아이치(愛知)현 관계자들이 12일 밤 나고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엉터리로 진행한 코로나19 검사 결과에 대해 머리를 숙여 사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의를 무시한 대가는 혹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안일하게 대했던 일본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을 맞았다.

    13일 일본 공영방송인 NHK 집계에 따르면 일본은 전날 하루 동안 도쿄에서 166명의 감염이 새로 확인되는 등 총 500명에 달하는 감염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712명)를 포함하면 누적 확진자 총 8111명이다.

    병원 집단 감염에 엉터리 검사 결과까지 나왔다. 도쿄도에서 확인된 166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87명은 나카노(中野)구에 있는 에코다(江古田) 병원의 입원 환자와 의사,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로 드러났다. 지난 4일에도 입원환자 5명의 감염이 확인됐던 이 병원의 코로나19 확진자는 92명으로 늘었다.

    아이치(愛知)현은 음성을 양성으로 판단하는 오진을 범했다. 이에 12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발표한 28명의 확진자 가운데 24명이 실제로는 음성이었다면서 잘못된 발표에 대해 사과했다. 양성에서 음성으로 바뀐 사람 중에는 다른 원인으로 사망해 이미 화장 처리된 1명이 포함돼 있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확대가 의료 현장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일본이 오히려 원활하지 않은 PCR 검사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앞서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은 지난달 1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불안을 느끼는 분들에게 PCR 검사 기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싶다"며 "우선 100만명분. 신청 방법 등은 지금부터 준비"라는 글을 남겼다.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종식됐으면 하는 마음에 PCR 검사 확대에 앞장선 손 회장. 그러나 반대 여론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 내에선 손 회장의 발언을 두고 "PCR 검사 확대는 의료기관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손 회장은 2시간 뒤 "검사를 하고 싶어도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많다고 들어서 생각한 것인데, 여론이 안 좋으니 그만둘까…"라는 글과 함께 무상제공 의사를 철회했다.

    PCR 검사 확대가 오히려 혼란만 야기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냈던 일본. 하지만 깜깜이 진료는 오히려 더 큰 사태를 불러왔다.

    일본 후생노동상을 지낸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 지사의 발언도 이같은 내용을 뒷받침한다. 그는 최근 마이니치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PCR 검사 건수를 늘려야 한다고 처음부터 주장했지만 (일본 정부의)움직임은 둔했다"라며 "감염자 수는 실제로 한 자릿수 정도 차이가 날 것"이라고 감염자는 실제 발표보다 10배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생노동성은 1만 2천건에 불과한 PCR 검사 능력을 하루 2만 건까지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도 원활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역시 검사 장비가 최대한으로 운용됐을 경우 가정한 수치로 실제 일본의 하루 평균 검사 건수는 약 4천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자 호의를 거절당했던 손 회장은 다시 한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를 내달부터 월 3억장씩 일본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11일 밝혔다. 마스크 생산은 소프트뱅크그룹 협력업체인 중국의 BYD가 맡는다.

    손 회장은 SNS를 통해 "(일본)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의료현장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에게 마스크를 공급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PCR 검사 확대를 불편하게 받아들인 일본. 이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수를 인정하고 사태 안정화를 돕는 방안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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