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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질질 끄는 키코 배상, 피해 기업 속탄다

    금감원 손배 권고에도 6개 은행 중 우리은행만 배상
    씨티·산은은 배상거부…신한·하나·대구은행은 '시간 더 달라'

    (일러스트=연합뉴스)

     

    지난 연말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키코' 손해배상 문제가 일부 은행들의 거부로 넉달이 되도록 지지부진하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13일 '키코' 피해기업 4곳에 대해 은행들이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 1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 모두 255억원이었다. 피해기업 4곳의 손해액의 23%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금감원의 이같은 권고를 거부하거나 수용여부를 계속 미루고 있다. 씨티은행이 지난달 금감원 배상 권고를 거부한다고 밝혔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까지 배상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씨티은행은 피해기업 회생과정에서 배상 권고액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으로 채권을 감면해줬다는 이유 등으로 배상을 거부했다. 산업은행은 피해기업이 키코 거래 당시 외화유입이 늘고 환율이 올라 키코거래에 따른 손실이 상쇄돼 실제 피해는 없다며 배상을 거부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대구은행 등은 넉달째 '이사회' 등을 이유로 수용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4차례나 권고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까지 우리은행만이 지난 2월 처음이자 유일하게 배상을 결정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수퍼갑(甲)'인 금융당국의 배상권고를 이례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은 '배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키코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서 은행들의 승리로 끝난데다 손해배상 소멸시효도 10년을 넘겨 이미 완성됐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할 경우 주주들로부터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가장 먼저 배상 거부 결정을 내린 씨티은행의 경우 금감원의 배상권고 이후 3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열었는데 '은행이 배상의무가 없음에도 키코업체에게 배상하는 것은, 은행에게 손해를 입히고 제3자인 키코업체에게 이익을 주는 행위로써 배임에 해당한다'는 입장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금감원과 키코 피해기업들은 배임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키코 피해기업들로 구성된 키코공동대책위원회(키코공대위)는 "'은행 경영진이 선의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고 그 권한 안의 행위를 한다면, 그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더라도 개인적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며 "은행들이 이같은 법률 검토를 받아놓고서도 배임 문제를 운운하며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키코공대위는 배임 논란에 대해 쐐기를 박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지난 9일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키코 배상권고 결정을 발표하면서 "외부 법률 자문 결과 불완전판매로 인정되는 경우 배상금을 뒤늦게 지급하더라도 배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그건 일부 로펌의 입장일 뿐'이며 '은행들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키코공대위는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을 계기로 은행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키코 사건을 '금융적폐'로 규정한데다 문재인 정부들어서야 10년 넘게 가려졌던 키코 사건의 면모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배상권고 결정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키코공대위는 21대 국회에서 키코피해기업특별법 제정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키코 사건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은행원들과 사법당국 관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키코공대위는 22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검찰의 키코사건 수사가 부실수사였다며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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