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오후 12시 달서구 보건소 선별진료 - 13시 15분 대형마트 - 13시 45분 귀가"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스리랑카 국적 30대 여성의 이동 경로가 공개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대구시와 달서구 보건소에 따르면 그는 지난 19일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검체 검사를 받게 됐다.
보건소는 방문에 앞서 전화 통화를 통해 자차 이용 등 각종 유의사항을 전달했고 검사를 마친 뒤에도 곧장 집으로 가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내용 등을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선별진료소에서 나온 직후 대형마트로 향했다.
비록 짧은 시간 마트에 머물긴 했지만 불과 몇 분 전 보건소에서 신신당부한 내용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점이 문제다.
이후 그는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결국 확진된 채 마트에 간 셈이 됐다.
달서구보건소 관계자는 "스리랑카 국적이지만 한국어로 소통에 문제가 없었고 유의사항을 전달하자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는 확정 판정을 받을 때까지 증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무증상이었기에 본인은 감염됐을 리 없다고 안일하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고 실제 전파력도 약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좀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변수가 많은 만큼 안일하게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코로나19 관련 행동 수칙. (사진=대구시 홈페이지 캡처)
유사 사례는 같은날 또 한 번 발생했다.
확진자의 접촉자로 자가 격리 중이던 동구 거주 50대 여성은 지난 18일 증상이 나타났고 하루 뒤 검사를 받으러 선별진료소로 향했다.
당초 동구보건소에서 이동 수단을 파악했고 이 여성은 자차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일 그는 차량 배터리가 방전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내버스를 이용해 움직였다.
또 검사를 받고 나서도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이 여성 역시 다음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동구보건소 관계자는 "자차 이용이 어렵다고 했으면 방문 검사나 구급차 이용이 가능했을텐데 검체 검사시에는 대화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한 사실을 몰랐다. 확진된 뒤 역학조사를 통해 알게 됐는데 다행히 마스크도 잘 썼고 탑승시간이 짧아 감염 확산 가능성은 없어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도 "이런 사례가 발생해 매우 당황스럽다"며 "일부의 인식이 다소 해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 방역당국은 지난 2월부터 "의료기관 방문시 자차 이용, 마스크 착용 필수" "국내 코로나19 유행지역에서는 외출 및 타 지역 방문 자제, 격리자는 의료인과 방역당국 지시 철저하게 따르기" 등의 기본 수칙 준수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특히 확산이 제일 심한 대구에서조차 이런 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자가격리자들의 경우 최대한 방문 조사를 통해 검체 검사를 실시하고 유의사항도 여러번 강조하도록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