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우건설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하청노동자 7명이 일하다 숨진 대우건설이 노동계가 선정하는 '2020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뽑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또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된 13개 기업에서 사망한 노동자 51명 중 40명이 하청업체의 노동자로 확인돼 '위험의 외주화'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가 꾸린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20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었다.
이날 캠페인단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조치현황 자료를 토대로 하청노동자 사망 사건을 원청업체의 산업재해로 합산해 계산한 결과 대우건설을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 선정했다.
대우건설에서는 지난해 1월 경기도 시흥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양생 작업 도중 숯탄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질식해 2명이 숨지는 등 지난 한 해 총 7명의 하청노동자가 일하다 무거운 것에 깔리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노동자들의 잇단 산재사망사고로 지난 4월부터 노동부가 기획감독을 벌여 전국 51곳의 대우건설 공사 현장 가운데 80%인 40곳의 현장에서 131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지만, 이후에도 2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숨졌다.
앞서 대우건설은 2010년 13명, 2013년 10명의 노동자가 숨져 이미 최악의 살인기업에 2차례나 선정됐다. 또 2015년 '지난 10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했을 때에도 10년 동안 10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최악의 살인기업 2위로 꼽힌 바 있다.
대우건설의 뒤를 이어 6명이 숨진 현대건설과 5명이 숨진 GS건설이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각각 2위, 3위에 올랐는데, 이들 기업에서 숨진 노동자들 역시 모두 하청노동자였다.
아울러 최악의 살인기업 상위 13개 기업에서 숨진 노동자(51명) 중 78.4%(40명)가 하청업체 노동자로, 전년 상위 9개 기업의 사망노동자 중 하청업체 비율(68%)보다 10%p 이상 증가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부산경남 경마장의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구조적인 사내 산업재해 문제를 알린 한국마사회와 이주노동자의 잦은 산업재해를 막지 못한 고용노동부에게는 '2020년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이 수여됐다.
문 기수가 일하던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2005년 개장 이래 2019년까지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고(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마사회 소속 기수의 재해율은 65.3%~111.3%로 거의 모든 기수들이 재해를 경험해 전체 업종 재해율(0.54%)의 135배에 달했고, 마필관리사 역히 재해율도 12.35%~18.6%로 2, 30배 이상 높았다.
그런데 2015~2017년 산재발생 보고 의무 2회 이상 위반 사업장 가운데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가 1위(50건 위반), 부산경남경마본부 3위(12건 위반)으로 산업재해 은폐가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노동부의 경우 지난 한 해 이주노동자의 질식·추락 사망사고가 반복됐는데도 책임 사업주에게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지난해에는 104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재로 숨졌는데, 이는 5년 전 85명 숨졌던 것에 비해 54.1%나 증가한 결과다.
또 지난해 상반기 국내 산재사망 노동자 465명 중 9%(42명)가 이주노동자인데, 실제 한국 생산가능인구 중 이주노동자 비중은 3%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주노동자들에게 산재 사망 사고가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교육 의무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캠페인단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생명존중 사회, 노동자의 산재사망을 줄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국회는 즉각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