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의 발언으로 시작된 전(全)국민 고용보험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치·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 모두 급격한 경기 악화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감안하면 대상 확대를 통한 '실업 안전망'을 강화할 때라고 보고 있다.
◇경제활동중인 모든 사람들이 실업때 수당
흔히 알고 있는 4대 보험중 하나인 고용보험을 전 국민에게 확대하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정 수준 보험료를 부담하면 실업때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근로자이면서 근로자의 혜택에서 벗어나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 노동자)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 등이 새로 고용보험에 편입될 수 있다.
최근 새로운 고용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에는 배달 앱 기사, 승차공유서비스 운전기사, 가사.돌봄 노동자 등이 해당하는데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하기도 한다. 고용보험에서 벗어나 있는 경제활동 인구는 1300만 명에 달한다.
특고 노동자와 예술인에게도 생활안정을 위한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대표 발의)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당은 이달 말까지가 임기인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한정애 의원은 "야당을 최대한 설득하고 있지만 20대 임기에서 가능할지는 쉽지 않다"면서 "만약에 이번에 안되면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법안"이라고 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다면 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대리운전 기사 등 9개 직종은 고용보험 대상이 된다. 이들은 산재보험에는 가입할 수 있지만 고용보험은 그렇지 않다.
특고 노동자의 규모는 약 230만 명으로 추산된다.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고용보험을' 대책 촉구하는 참석자들(사진=연합뉴스)
문화예술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의 용역을 목적으로 사용자와 노무제공 계약을 맺은 예술인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법안은 사업주와 피보험자가 각각 절반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업체는 노동력을 제공받는 곳이 아니라 노동자와 실제 고용 계약을 맺은 곳에서 책임진다. 예를 들면 A사가 B사와 업무계약을 맺고 B사가 노동자를 고용해 A사에 노무를 제공할 경우 B사가 보험료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특고 노동자와 예술인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출산.육아 휴가와 함께 출산전후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특고 노동자와 예술인이 일반 회사원처럼 고용보험에 편입되면 월 1만4천~2만7천 원대를 부담하고 109만~202만원 실업급여를 받게 된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1년 이상 가입해야 하고 가입 기간에 따라 4~6개월 간 나온다.
◇680만 명 자영업자, 국가에서 보험료 지원할 듯한 의원 법안의 내용에는 자영업자들이 빠졌다는 한계가 있다.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등 노동자가 아닌 이들이 약 680만 명으로 취업자의 25%를 차지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5위이며, 평균보다 약 10%p 높다.
현재 자영업자는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렇다보니 지난해 12월 기준 1만5549명만이 가입해 가입률은 0.38%에 불과하다. 자영업자는 사업자 몫까지 본인이 보험료를 부담해야한다는 점에서 가입을 꺼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현재 임의로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일반 회사원보다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따라서 월 4만 6천~7만 6천 원대의 보험료를 내고, 109만~202만원 대의 실업급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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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본인이 보험료를 100%부담하고 보험료율도 다소 높아 일반회사원보다 부담액이 많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정도에 따라 보험료는 달라질 전망이다.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자영업자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지면 구체적으로 논의할 문제"라며 "건강보험처럼 초기에는 국가가 같이 부담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영세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와 해당 근로자의 고용보험료 등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두루누리 정책이 현재 실행 중이다.
회사에 다니다가 퇴직을 하고 자영업의 세계로 뛰어드는 경우, 보험가입을 유지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자영업자로 확대하기 위해선 소득파악이 좀 더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은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국세청에서 수입을 파악하고 있다.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의 수입 축소신고 문제는 보험료 상한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자영업자 소득이 연말 소득신고 할 때 일년에 1번밖에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보험은 매달 실업여부를 따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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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부조 도입땐, 취준생 등 월 50만원 수당우리나라는 독특하게 자영업자 등에 대한 실업부조가 없는 상태에서 실업급여 확대 문제가 먼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업부조는 노사가 내는 보험료 대신 국가 재정으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실업자를 지원하는 제도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실업부조만 있고,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는 실업부조에 실업보험 더한 케이스다.
핀란드는 자영업자도 기초보험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아이슬란드, 폴란드, 헝가리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도 저소득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 지원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월평균 총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100% 이하인 가구에 속한 사람(청년의 경우 120%이하)이 신청할 수 있다.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 가구에 속한 취업준비생 등은 당장의 생활비 걱정을 다소 던 상태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