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미래통합당 유의동·오신환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진보 논객으로 꼽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까놓고 말해서 미래통합당은 뇌가 없다"며 "보수의 대서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수 진영에 조언했다. 실종된 보수의 아젠다와 실패한 선거 전략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보수를 왜 찍냐'고 물으면 자랑할 만한 이야기가 없다"며 "공화주의 이념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통합당 유의동‧오신환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연 토론회에 나와 통합당의 총선 참패를 진단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의기억연대 이슈를 언급했다. "저들이 공적 이익을 자꾸 사적으로 만들며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갖고 있다. 여러분이 공적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통합당을 향해 "정서적으로 이미 혐오‧기피 정당이 돼있다"며 "비판보다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쪽이 조국 사태랑 똑같이 낡은 방식으로 움직이니까 저쪽도 낡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저들을 나쁜 놈이 아니라 후진 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보수 야권을 향한 쓴소리면서도 진보 여권을 겨냥한 독설이었다.
그는 정의연 논란을 사례로 들어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운동권 방식에 문제가 있고, 그것을 한일관계에 가져오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야당은) 이용수 할머니의 입장에 섰어야 하고, '정의연 활동은 인정하지만 문제가 있지 않냐'고 했어야 하는데, 자꾸 공격하려고 하면서 회계 논란이 됐다"고 지적했다. "운동권 방식이 굉장한 문제이고,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유효한 모델이 아니라고 치고 가지 못하고 욕만 하고 있다"고 진 전 교수는 봤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미래통합당 유의동·오신환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는 "패전투수(황교안 전 당대표)를 데려다 당대표를 시킨다는 건 탄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밖에 안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전 대표는 '내가 마지막 탄핵세력이다'라는 메시지를 내고 장렬하게 전사하고 '보수재건의 씨앗이 되겠다'고 했어야 하는데 떠밀리듯 (종로에) 나갔고, 김종인(전 선거대책위원장)씨를 너무 늦게 불러와 선거운동원 수준으로밖에 안됐다"고 했다. 일각에서 나온 선거조작 의혹에 대해선 "보수 유튜버와 연결돼 광신으로 치달아버렸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화 세력은 아버지인 산업화 세력을 죽였는데 이걸 지금의 20대는 위선으로 여기고 있다. 너무나 보수적으로 된 20대들의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며 "60대 이상의 기존 지지층은 설득하되 극단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 지난한 과정일 것"이라고 했다. "386이 권력을 장악하는 데 20년이 걸렸는데, 여러분이 이들과 같은 길을 가야 할 것"이라며 "내어준 주전장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오신환 의원 등은 21대 총선 수도권 지역의 통합당 3040 출마자 일동 명의로 성명을 냈다. "세월호 유족이나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에 선을 긋고, 피해자들에 대한 부당한 혐오를 부추기다가 우리 스스로 혐오의 대상이 돼버린 것이 국민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라며 "보수가 지켜야 할 근본은 국민의 삶"이라는 내용이 여기에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