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외국인들과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박종민기자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인천에서는 4차, 5차 등 연쇄감염 사태로 확산될 조짐이다.
접촉자들이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버젓이 돌아다니는가 하면, 접촉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실내수영장을 찾는 등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인천시는 15일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여파로 2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인천 지역 확진환자는 연수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4학년생 A(10)양과 부평구에 거주하는 B(63)씨 등이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초등생 가족, 확진자 접촉 뒤 펜션·수영장·리조트 등 방문A양은 앞서 양성 판정을 받은 중학생 C(13)양과 지난 8일 송도의 같은 학원에서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C양은 자신의 신분과 동선을 속여 물의를 일으킨 인천 학원강사 D(25·미추홀구)씨로부터 과외를 받고 지난 13일 확진된 학생이다. 두 학생이 학원에 함께 머무른 시간은 약 1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접촉한 곳은 개인 공부를 하다가 강사에게 따로 질문하는 자습형 공간으로 알려졌으며 A양은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A양은 11일 복통 증상을 보이다가 14일 연수구 보건소를 찾아가 검체검사한 결과 양성이 나와 인하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방역 당국은 A양의 부모와 동생 등 밀접 접촉자 3명을 대상으로 검체검사를 하고 A양의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A양은 C양과 같은 학원에서 공부한 다음 날인 지난 9일 가족과 함께 강화군의 한 펜션에서 숙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의 가족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가량 이 펜션에 있는 실내 공용수영장 2곳을 이용했다. 첫 번째 수영장에서는 A양 가족 외 다른 가족 1팀이 수영장을 이용했고, 두 번째 수영장에서는 3팀의 가족과 함께 물놀이를 한 뒤 방으로 돌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물놀이하는 동안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날인 10일에는 강화군의 한 식당과 박물관, 리조트 등을 잇따라 방문한 뒤 귀가했다.
결국 지난 1~3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학원강사 D씨가 역학조사 초반 직업과 동선을 속여 방역에 혼란을 초래하면서 A양 가족의 강화군 여행과 수영장 접촉이 이뤄진 셈이다.
방역당국은 A양 가족과 함께 수영장을 이용한 가족들에게 이를 알리고 검체검사를 벌일 계획이다. 해당 펜션 역시 이날 방역작업과 함께 영업을 중지한 상태다.
3차 감염자로 분류되는 A양이 이틀 간 강화군을 활보하면서 3차 감염을 넘는 연쇄감염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A양의 증상이 나타난 건 지난 11일이지만 무증상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집합금지명령문' 이 붙어 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의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클럽 방문 아들에 감염된 60대 아버지, 자가격리 어기고 활보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B씨는 앞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서울시 용산구 거주 30대 남성의 아버지다. B씨의 아들은 지난 2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10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B씨는 아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지난 10일 인천시 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이 나왔다. 이후 12일 발열 증상이 나타나자 전날 다시 부평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했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B씨는 아들의 확진 이후 2주간 자가격리 대상이었지만 방역지침을 어기고 외부활동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지난 10일 검체 채취 이후 서울시 구로구 온수동 친척 집을 방문했다. 다음 날인 11일 오전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건설 현장에서 4시간가량 머물렀으며, 오후에는 부평구의 한 의원과 약곡을 방문했다. 12일에도 오전엔 건설 현장에서 4시간가량 일했고, 오후에는 부평구의 한 마트에 들렸다.
13일 오전에는 방역당국에 알리지 않고 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했고 오후에는 부평구의 한 마트와 문구점 등에 머물렀다. 방역당국의 안내에 따라 14일 다시 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했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는 지난 10일 이후 방역당국이 자가격리 준수 여부를 확인하려고 연락할 때 마다 "집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건설현장 등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B씨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여 접촉자와 추가 동선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B씨가 접촉한 사람이 많을 경우 이태원 클럽발 3차 감염 우려가 나온다.
방역당국은 B씨에 대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할지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