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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노후생활 위해 귀촌했는데…난개발로 '시름'

영동

    평온한 노후생활 위해 귀촌했는데…난개발로 '시름'

    난개발로 배수관로 70여m 사라져…저지대 침수 '우려'
    4년 전 양양으로 귀촌한 김모 씨…"집도 못 짓고 있어"
    북평리 주민 "배수구조물 원상복구해야"…군청 '질타'
    양양군 관계자 "침수피해 없도록 대체 수로 만들 계획"

    강원 양양군 서면 북평리 일대에 설치된 배수관로로, 중간이 끊어져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강원 양양군 서면 북평리 옛 양어장 인근에서 난개발 공사로 배수관로가 훼손돼 저지대 주민들이 침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평온한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 4년 전 귀촌한 김모(63)씨는 정작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 귀촌을 위해 구입한 땅 주변으로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문제는 남대천 제방 주변 저지대를 3~5m 정도 높이는 과정에서 배수관로가 훼손돼 폭우 때 침수피해 우려가 크다는 사실이다.

    김씨는 취재진과 만나 "저지대를 높이는 것이 적법한 틀 안에서 이뤄진다면야 이해하겠지만, 배수관로까지 훼손하면서 진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양양군청은 소극적인 행정처리로 일관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곳에 주택을 짓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저지대이다보니 혹여 태풍에 집이 침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양양군청은 재해가 발생해야만 그제야 '사후약방문'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저 답답한 마음"이라고 가슴을 쳤다.

    앞서 양양군청은 지난 2004년 '용천~북평간 농어촌도로 확포장사업' 관련 배수로 공사를 진행했다. 이 배수로는 지난 2002년 발생한 루사 태풍 피해에 따른 후속조치 성격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간 길이는 총 362m다. 그러나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중 70여m의 배수로가 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배수관로를 매립한 땅 위로는 건물들이 세워져 있다.

    끊어진 배수관로 위에 흙이 메워져 있고 그 위로 건물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이에 김씨를 비롯한 북평리 마을 주민들은 양양군청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처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난개발은 계속 진행됐다. 루사 태풍으로 북평리 마을 전체가 범람해 큰 피해를 본 주민들은 집중호우만 오면 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북평리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난개발 공사로 지대가 높아져 기존 도로변과 마을이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가 예상된다"며 "기존 제방둑 배수구조물을 원상복구하고, 새로 개발되는 부지에는 배수구조물을 별도로 신설해 우수처리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건의했다.

    북평리 주민들이 건의한 이 사안은 현재 감사원에 이첩돼 감사가 진행 중이다. 김씨는 이와 별개로 해당 사안을 검찰에 고발까지 검토 중이다.

    김씨는 "양양군청 공무원들의 부작위로 인한 직무유기, 직무태만, 방임, 전형적인 소극행정 처리로 비정상적인 개발행위가 이뤄진 탓에 행복추구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양양군청은 해명이나 면피로 이 상황을 모면할 것이 아니라 배수구조물을 원래대로 되돌려 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양군 관계자는 "배수흐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허가가 나고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민원인이 우려하는 것처럼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 수로를 만드는 등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양군은 현재로서는 '배수관로 원상복구'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양양군은 차후 감사원에서 '원상복구'로 결론이 나면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혀 여전히 '소극적인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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