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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 "대학가요제만 바라보다 솔아솔아 부른 이유는"

문화 일반

    안치환 "대학가요제만 바라보다 솔아솔아 부른 이유는"

    노래한지 33년, 세월만큼의 깊이 가졌나 자문
    과거 히트곡 연연 안해, 계속 새 노래 부를 것
    코로나시대의 마음담아 노래한 '바이러스 클럽'
    5.18 담은 김준택 時 읽다가 노래로, '봄이 오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치환(가수)

    김현정의 뉴스쇼,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날 분은 이 노래의 주인공. 가수입니다. 그런데 노래 잘하시죠. 잘하는데, 귀로만 듣기 좋은 노래가 아니라 가슴으로 듣기 좋은 노래를 하는 가수다. 저는 이렇게 이분을 소개하고 싶어요. 바로 안치환 씨. 올해가 데뷔 30주년인데 최근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응원 노래, 또 5. 18을 기리는 노래를 들고 오셨어요. 직접 만나보죠. 안치환 씨 어서 오십시오.

    ◆ 안치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

    ◇ 김현정> 그대로시네요, 진짜.

    ◆ 안치환> 제일 듣기 좋은 말이네요.

    ◇ 김현정> 지금 (유튜브)화면으로 보고 계시지만 모자를 장난꾸러기같이 쓰셨어요. 챙 있는 야구 모자를 이렇게 돌려서요.

    ◆ 안치환> (원래는 모자를)앞으로 쓰지만 지금 일을 하는 중이니까.

    ◇ 김현정> 방송용으로. 제가 안치환 씨 콘서트에 가서 스탠딩으로 함성을 지르던 게 언제였지? 하고 계산을 해 보니까, 제 20대 후반이었더라고요. 제가 지금 40대거든요. 그거를 생각하니까. 와, 진짜 안치환 씨 데뷔 30주년 맞겠구나. 세월 빠르다.

    ◆ 안치환> 정확히는 33년 넘어요. 제가 무대에서 안녕하세요, 노래하는 안치환입니다, 이렇게 인사하고 선 지 33년 넘죠. 그런데 해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살아가다 보니까.

    ◇ 김현정> 30년 넘어서 노래하는 그 기분은 어떠해요?

    ◆ 안치환> 글쎄요, 노래라는 것은 저에게는 분류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처음 노래를 했을 때의 떨림과 신선함과 그 열정들은 지금 제가 그대로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생각해 보면 그 떨림이 새로울 때가 있고 신선함을 잃을 수 있었지만. 그 세월만큼의 깊이와 원숙함 이런 것들을 제가 가지고 있는가, 또 그것을 지키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가끔 해요.

    ◇ 김현정> 항상 그렇게 답문하면서.

    ◆ 안치환> 어쩔 수 없죠.

    ◇ 김현정>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30년 넘어서고 이러면 어떤 노래를 해야 될 것인가, 더 신중하게 되실 것 같은데. 올해 내놓은 노래를 봤더니, 한 곡이 5. 18을 주제로 한 곡이었고.

    ◆ 안치환> 네, <봄이 오면="">이라고 얼마 전에 발표였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안치환 씨가 5.18 광주민중항쟁 40년을 기념하며 만든 새 앨범 '봄이 오면'(왼쪽)과 코로나19 시국을 담은 '바이러스 클럽'

     



    ◇ 김현정> 또 한 곡은 4월에 내신 거죠? 코로나를 주제로 해서.

    ◆ 안치환> <바이러스 클럽="">이라고.

    ◇ 김현정> 우선 <바이러스 클럽="">이라는 노래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거예요?

    ◆ 안치환>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제가 사실은 이 가사를 쓰면서 굉장히 고민을 했어요. 어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인데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노래를)만들어야 되는가, 사회적 거리를 두고 만들어야 되는가. 치밀한, 어떤 더 멀리, 시선의 거리를 생각을 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앞으로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계속 와 있었고. 앞으로 인류가 존재하는 한, 또 인류가 변하지 않는 한 계속 될 일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었어요.

    ◇ 김현정> 굉장히 가사가 직설적이더라고요.

    ◆ 안치환> 직설적이죠. 너무 처절하지 않게. 어차피 우리 인간이 안고 가야 할 일이기 때문에.

    ◇ 김현정> 그런 의미를 담아서 <바이러스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 안치환> 이 세상이 그렇다, 온 세상이 다.

    ◇ 김현정> 그러하다. 그리고 또 한 곡이 <봄이 오면="">이라는 곡인데 이 노래는 사실 가사에는 ‘5. 18’이라는 단어도 없고 ‘광주’라는 단어도 한 마디 없어요. 없는데, 상당히 은유적인데, 저는 들으면서 절절하더라고요.

    ◆ 안치환> 저는 사실 제가 부족한 게 뭔지를 알아요. 그러니까 저는 가사를 쓰는 데 있어서 상당히 좀 고민을 많이 하고 힘든 편입니다. 그래서 음악을 시작하면서 의식적으로 책을 좀 읽기 시작했어요. 그것이 대표적인 시집이고 또는 소설이고 그런데요, 그 뒤에는 많이 영역이 넓어졌지만 차근차근 예전 시집을 다시 읽다가 발견한 시예요.

    5. 18을 처음으로 세상에 시로 쓰셨던 광주의 김준택 시인이 계십니다. 70이 되신 어른이시고요. 그분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5.18 광주민중항쟁)30주년 돼서 광주의 산촌의 한과 아픔을 쓰셨다고 해요. 그걸 저는 10년 후에 읽고 그냥 그 자리에서 노래가 됐어요. 어찌 보면 참 우연일 수도 있고 필연일 수도 있는데.

    ◇ 김현정> 그 자리에서 멜로디가 나오던가요?

    ◆ 안치환> 네. 저는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어요. 그러고 나서 선생님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드렸어요. “선생님, 이것을 제가 광주 40년, 금년 되는 해에 발표 좀 하고 싶습니다.” 그랬더니, “안 선생, 맞아요. 이 시를 10년 전에 썼지만 분명히 광주에 대한 이미지, 역사를 저는 노래하고 싶었다.”라고 말씀을 하셔서 자신감을 갖고 발표를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저는 <봄이 오면="">, 이 노래 들으면서 ‘참 세월이 흘러도 안치환은 안치환이구나. 참 안치환답다.’

    ◆ 안치환> DNA는 변하지 않습니다.(웃음)

    ◇ 김현정> 33년 전, 연세대 재학 시절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는데 제가 듣기로는 처음에는 ‘내가 민중가요 불러야지. 사회 의식의 담은 노래를 불러야지.’ 이렇게 시작한 게 아니라면서요?

    ◆ 안치환> 저는 정말 학교와 집만 오가는 공부만 하는 학생이어서, 정말이에요. 사회현실에 대해서는 별로 알 수 없는 그런 처지였었고. 제 꿈은 어릴 때부터 제가 노래를 잘해서 동네에서 소풍 가서 노래 불러서 상품으로 연필, 지우개 타면 애들한테 나눠주고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도 학교 축제 때 선생님들이 ‘네가 (노래)좀 만들어서 해 봐.’ 이런 정도의 존재였는데. 제 꿈은 대학가요제를 나가서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 김현정> 대학가요제 가서 가수, 대중가수.

    ◆ 안치환> 가수가 된다는 것은 아니고.

    ◇ 김현정> 가수도 아니고? 그냥 대학가요제에.(웃음)

    ◆ 안치환> 대학가요제를 나와야 되는 거예요.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했고. 그런데 제가 들어왔던 84년의 대학은 저의 꿈을 무참히 없애버렸어요. 대학의 현실이라는 것은 제가 무슨 그때 그룹사운드 말만 꺼내면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주변의 선배나 형들.

    제가 무슨 팝송을 한번 딱 부르면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그만큼 엄숙한 시대였었고 엄혹한 시대였어요. 그래서 그 분위기에서 제가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봤는데 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때 자생하기 시작했던 대학 내 저항 가요 노래팀들이었고요.

    ◇ 김현정> 노래패들.

    ◆ 안치환> 저는 자연스럽게 노래패에 들어갔었고, 또 제가 자라왔던 환경이나 세상에 대해서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그 모든 사회적 현실이나 대학생들이 부르짖는 그때 당시의 민주화, 독재 타도에 대한, 노래를 통한 세상의 어떤 소명, 헌신, 이런 부분들에 대한 것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 와서 생각할 때 대학가요제 못 나간 거, 한은 안 되세요?

    ◆ 안치환> 별로... 물론 나갔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고 <김현정의 뉴스쇼=""> 같은 데는 안 나왔겠죠.

    ◇ 김현정> (웃음)아니, 왜요?

    ◆ 안치환> 왜 이렇게 복잡한 데 나와서. 무게 잡고 노래하겠습니다. 가볍게.

    ◇ 김현정> (웃음)안 나가시기를 잘하셨네요. 그렇게 대학가요제가 아닌 노래패를 택해서 1986년에 안치환 씨가 세상에 내놓은 노래가, 바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입니다.

    ◆ 안치환> 제가 이 노래를 만들기 전에 대학교 노래팀을 한 3년 했을 때, 그때는 대학생들이 부르는 불법 노래책이 있었어요.

    ◇ 김현정> 불온서적.

    ◆ 안치환> 세상에는 방송에만 나오는 노래가 전부가 아니다. 그것이 이 세상의 노래 전부가 아니고,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걸 반증하는 불법 노래책이 있었어요. 저는 그 노래책을 거의 외워서, 기타 치면서 다 부를 수 있는, 그러다 보니까 좀 지루하잖아요. 어느 순간 제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노래 좀 만들어볼까?’

    ◇ 김현정> 내가 신곡으로 곡을 하나 넣어볼까.

    ◆ 안치환> ‘내가 노래를 한번 만들어볼까?’ 이런 건방진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때 당시 가장 친했던 선배가 감옥을 갔어요. 시위를 주도하고 감옥을 갔었고, 저는 그 선배가 가끔 그리웠고 걱정스러웠어요. 그러던 중에 시집을 들춰보다가 본 게, 박영근 시인. 지금은 돌아가셨어요.

    <솔아 푸른="" 솔아=""> 시에 그런 문장이 있어요. ‘창살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이런 부분들이 너무 다가왔어요. 그렇게 해서 노래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그때 시에 대한 존중이 없어서 필요한 것만 갖다 쓰고 하면서 만들어진 노래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입니다.

    ◇ 김현정> 참 찡하네요. 다시 들어도.

    ◆ 안치환> 그러고 나서 이 시가, 이 노래가 방송에 나온 게 아니고요. 그때 당시에는 노래 팀에서 부르고 축제 때 공연을 하면 서울의 각지에 노래팀들이 옵니다. 공연을 하고 팸플릿을 가져오잖아요. 그러면 자기들이 막 불러서 학교에서 퍼뜨려요.

    ◇ 김현정>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 안치환> 그렇죠. 그게 노래가 전파되는 힘이었고 그리고 한 달 후에 제가 학교 밖에 집으로 가는 술집 거리를 밤늦게 지나가다, 누가 고래고래 어떤 노래를 부르는 걸 들으면서 갔는데 그게 바로 제가 만든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였어요.

    ◇ 김현정> 이 곡이었어어요? 그때 기분 어떠셨어요?

    ◆ 안치환> 두렵다, 약간. 노래가 갖고 있는, 노래라는 건 이런 거구나. 노래라는 건 조심해야겠네.

    ◇ 김현정> 노래의 힘.

    ◆ 안치환> 잘 만들어야겠네.

    ◇ 김현정> 그래서 잘 만드셨어요. 여태 잘 만들고 계세요.

    ◆ 안치환> 제가 갑작스럽게 생각나는데요. 조동진 가수 아시죠?

    ◇ 김현정> 알죠.

    ◆ 안치환> 저는 가장 품위 있게 일생을 아티스트로서 사신 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만남이 많지 않지만 그분이 해 주신 이야기가 있어요.

     



    ◇ 김현정> 뭡니까?

    ◆ 안치환> “치환아,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거야.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거야. 그래서 행복한 일이지만 그래서 위험할 수도 있어.” 그런데 저는 그 말이요. 굉장히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제가 노래를 대하는, 또는 노래를 통해서 세상을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될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안치환 씨의 이야기, 노래하는 사람 아닌 저에게도 울림이 있는데요. 라디오 들으시는 분들께 끝인사 해 주시고 신곡 <바이러스 클럽=""> 들어볼까요?

    ◆ 안치환> 노래하는 사람이 항상 열심히 노래를 통해서 여러분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과거 몇 곡의 히트곡 갖고 연연해하면서 사는 그러한 뮤지션이 아니라 늘 함께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는 그중에 한 곡입니다.

    ◇ 김현정> 그 중에 한 곡입니다. <바이러스 클럽="">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에게 모두 힘을 주는 노래.

    ◆ 안치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안치환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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