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금융업계 관계자들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2일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손주철)는 이날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수뢰후부정처사·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9천만원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였던 유 전 부시장은 재판 후 석방됐다.
재판부는 "뇌물 범죄는 직무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어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유 전 부시장과 뇌물 공여자들의 사적 친분 관계는 부인할 수 없다. 또 이전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과 부산시 경제부시장 시절인 2010년 8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직무 관련성이 높은 금융업계 관계자 4명에게서 총 47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유 전 시장은 강남구 청담동의 오피스텔 월세와 관리비 등 1300만원을 업계 관계자에게 대납하게 하고, 동생의 취업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금융계 관계자로부터 무이자로 2억원이 넘는 돈을 빌렸고, 갚는 과정에서 1천만원을 면제받은 혐의도 있다. 이밖에 자신이 쓴 책 수백권의 구매 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금융사 대표에게 요청한 사실도 조사됐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유 전 부시장이 동생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혐의(제3자 뇌물수수죄·수뢰 후 부정처사)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단했다. 아울러 금융업계 관계자 윤모씨로부터 부하 직원을 통해 선물을 받은(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봤다. 1심에서 인정된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액은 약 4200만원 정도다. 재판부는 인정된 뇌물수수액에 해당되는 이 42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유 전 부시장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항소를 통해 일부 유죄 부분에 대한 새로운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전형적인 탐관오리의 모습"이라면서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 공직자임에도 다양한 형태 뇌물을 요구했고, 뇌물 수수액 역시 크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유 전 부시장의 비위에 대해 "2017년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유 전 부시장은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장기간 병가를 냈고, 이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감찰을 중단하고 은폐하려고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 전 부시장은 금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 전 부시장은 "친한 지인들에게 깊게 생각하지 않고 서로 정을 주고 받았던 것이 오해로 번지면서 재판을 받게 될 줄 상상하지 못했다"고 최후 진술에서 주장했다.
이 사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과 연관돼 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