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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 안되면 어떻게 될까"



기업/산업

    "아시아나항공 인수 안되면 어떻게 될까"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원점 재점검 요청…"인수 의지는 변함없어"
    "인수 뜸 들이며 유리한 지원 유도"…"사실상 인수 포기, 부채비율만 6280%, 자본 잠식 우려"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인수 역시 불투명…250억원 체불임금 놓고 '평행선'
    "공급과잉·과열 경쟁↑, 코로나19로 터진 것"…업계 구조조정 불가피

    (이미지=연합뉴스)

     

    여름 성수기를 맞아 하늘길을 열며 기지개를 켜던 항공업계가 다시 난기류에 빠졌다. 수그러들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하나둘씩 증편하던 국제선이 날개를 좀처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도 무기한 연기되면서, 일각에서는 인수 포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매각 작업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그간 공급과잉과 과열 경쟁으로 누적된 문제가 코로나19 같은 외부 리스크로 타격을 받은 것"이라며 대한항공을 원톱으로 2~3곳의 LCC만이 살아남는 등 항공업계 전반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원점 재점검 요청…"인수 의지는 변함 없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해온 HDC현대산업개발이 채권단에 지난 9일 인수 조건을 재협의하자고 요청했다. 코로나19에 따라 상황이 변한 만큼 원점에서 협상하자는 요구다. "인수 의지에 변함없다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기 위한 절차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날 HDC현산의 입장 발표는 앞서 지난달 29일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이달 말까지 "인수 의지가 여부를 밝혀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한 공식 답변인 셈이다.

    HDC현산은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 여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계약상 주식 인수거래 종결 기한(Long Stop Date) 연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특히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상황이 확인됐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당시 파악하기 어려웠던 추가 부채 등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HDC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계약 당시(2019년 반기 말 기준)보다 1만 6126% 급증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결국은 인수, 유리한 지원 끌어내려는 것"…"사실상 인수 포기, 부채비율만 6280%, 자본 잠식 우려"

    업계 전망은 둘로 나뉜다. 일각에서는 우선 HDC현산이 인수 시한을 늦추고 있지만 결국 인수할 것이라 보고 있다. "포기할 것처럼 보인 다음, 채권단으로부터 좀 더 유리한 지원을 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HDC현산이 실제로 인수 포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내다본다. HDC현산은 아시아나 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 하루 전인 4월 29일 인수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지 못했다는 핑계를 대긴 했지만, 속내는 아시아나가 경영난에 휩싸이면서 1분기에만 자본 잠식률이 80%를 넘어섰고, 자본 총계도 6개월 만에 1조 772억 원 줄어, 2분기에는 완전 자본잠식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잠식 등 재무 상태의 부정적 변화는 인수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 HDC현산은 인수합병 당시 맺은 '중대한 부정적인 변경조항(MAC)' 조항을 근거로 내세워 계약 해제를 주장할 수 있다.

    재무 투자자로 참가한 미래에셋과도 불협화음도 걸림돌이다. 미래에셋은 아시아나 인수대금 2조 5천억 원 중 5천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지만, 미래에셋 역시 코로나19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계열사의 미국 호텔 인수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렇다 보니 '미래에셋이 아시아나 인수에 쏟을 여력이 없다는 얘기가 증권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본사 모형항공기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포기하면?…금호그룹 전체 '위기 봉착'

    만약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6280%가 넘는 데다, 코로나19 장기화 전망으로 새 주인을 찾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도 않았고, 백신도 개발되지 않아, 국제선 회복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부실기업을 떠안으려는 곳이 있겠냐는 것이다.

    재매각마저 힘들어지면, 금호그룹마저 와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판 대가로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돈 1300억 원도 갚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 매각 자금 3200억으로 그룹 재건을 하려던 계획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끝내 매각에 실패하면 아시아나항공의 구조 조정도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드리워진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게 자회사 매각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과정에서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하고 에어서울은 청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경우 국내 대형항공사는 2강 체제에서 대한항공 1강 체제로 바뀔 수 있다. 현실적으로 매물로 나온 에어부산을 인수할 곳은 대한항공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의 경영 상황도 어려운 만큼 1강 체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인수 역시 불투명…250억원 체불임금 놓고 '평행선'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역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존 인수합병(M&) 일정을 미뤘다. 그러나 실질적인 걸림돌은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한 지난 2월부터 임직원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체불 임금만 250억원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1천 7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이는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지원인 만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뒤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수계약을 매듭지으려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에 계약금 119억 5천만원을 제외한 차액 425억 5천만원을 납입해야 한다.

    이에 이스타항공 노조 측은 체불 임금 지급 의무는 이스타항공 법인체에 있는 만큼 제주항공이 250억원을 뺀 나머지 금액만 이스타홀딩스에 지급하고, 딜 클로징 후 경영진으로서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도 내놓고 있지만,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적다.

    (사진=알이탈리아 홈페이지 캡처)

     

    ◇ 세계 항공사는 이미 국유화 바람…국내도 필요성은 주장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일각에서는 항공사의 국유화 또는 일원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항공사들의 국유화에 나섰다. 가장 먼저 시작한 국가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국적 항공사인 '알이탈리아'에 35억 유로(약 4조 7300억원)를 투입하면서 국유화를 추진 중이다. 포르투갈도 'TAP포르투갈'의 국영화를 검토하고 있다.

    독일도 '루프트한자'에 9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3억 유로는 회사의 지분 20%를 확보하는 데 쓰기로 했다. 프랑스와 미국 역시 국유화를 염두하고 항공사 지원에 나선다. 브루노 르 메레르 프랑스 경제금융부 장관은 에어프랑스를 지목, 필요하면 국유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이미 70억 유로(약 9조2000억원)의 정부 지원을 결정했다. 미국은 항공사에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국내에서도 아시아나나 이스타항공의 국유화 얘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시장에선 이미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준비단이 철수 중이고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면서 "정부가 항공업을 정말 살리려는 생각이 있다면 국유화 등 빠른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국내에서는 항공사 국유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자유경쟁 시장에서 오랫동안 적응해 온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실성도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과거 국영기업이었던 대한항공에 1조 2천억원을 지원하면서 3천억원을 주식 전환권이 있는 영구채 인수에 쓰기로 하자 '국유화 시도 아니냐'는 지적에 정부는 "국유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유화보다는 항공사들이 버틸 수 있을 기간을 고려해 그에 맞는 수준의 지원을 해주는 게 더 나을 것"이라며 "특히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더 힘든 LCC가 지원 대상에서 빠지게 되는 규정 등 현실성 떨어지는 지원책 수정 보완도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 "공급과잉·과열 경쟁↑, 코로나19로 터진 것"…업계 구조조정 불가피 "대형 1곳, LCC 3곳 최적"

    전문가는 업계 구조조정이 예견된 수순이라고 평가한다. 그간 국내 시장 규모나 이용자 수보다 공급이 과잉됐고 경쟁이 과열됐는데, 이런 문제가 코로나19 같은 외부리스크로 곪아 터졌다는 분석이다.

    세종대 황용식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항공경영학회 학술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 규모에서는 FSC 1곳, 저비용항공사(LCC) 3곳 정도를 운영하는 게 가장 최적의 상태"라고 분석했다. 국가 경제 수준과 OECD 평균 항공사 수를 고려한 집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항 중인 항공사는 FSC 2곳(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LCC 7곳(플라이강원 포함)이다.

    황 교수는 "공급과 수요를 맞추지 못한 상황에서 1차 보이콧 재팬, 2차 코로나19가 찾아와 외항사보다 더욱 큰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의 정서와 경영권 분쟁 문제는 여전히 있지만, 만약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고 매력적인 제3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 한국 항공산업 구조상 대한항공이 인수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제안했다. 이어 "시장 펀더멘탈이 손상된 만큼 조만간 업계 구조조정과 도산, 합종연횡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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