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이 살던 빌라 건물. (사진=독자 제공)
경남 창녕에서 시민에 의해 발견된 9살 여아 아이가 계부와 친모로부터 잔혹한 학대를 피해 4층 건물 밖으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그동안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9살 A양에 대한 조사 결과 계부와 친모는 고문 수준의 학대를 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계부와 친모는 집 베란다에서 이틀 동안 A양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난간에 자물쇠로 고정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쇠사슬은 계부가 일할 때 사용하는 물품으로 전해졌다.
쇠막대기와 빨래 건조대로 때리기도 했고,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져 화상을 입었다. 계부가 "나갈 거면 네 손가락 지져라. 너 지문 있으니까"라고 말했던 내용이 사실이었다.
또, 욕조 물에 머리를 담가 숨을 못 쉬게 하는 등 고문 수준의 학대를 가했다.
접착 도구인 글루건과 불로 달군 쇠젖가락으로 발을 지지는 등 몸에 화상을 입혔다. 온 몸이 멍투성이에 머리를 뭔가에 맞은 듯 찢어져 있었다.
발견 당시 A양은 빈혈을 보였을 정도로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하루에 한 끼 정도 밥을 줬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다락방에 혼자 감금됐을 정도로 철저하게 가족과 분리된 삶을 살았다.
이런 모진 학대를 당한 A양은 시민에 의해 발견된 지난달 29일 4층 높이의 빌라 베란다 창문 밖으로 나가 옆집으로 목숨 건 탈출을 감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계부가 일을 나가고 친모의 감시에서 벗어난 순간이었다.
당시 옆집은 비어 있었고, 문이 열린 옆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가 맨발로 도망쳤다.
경찰은 A양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 5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계부의 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쇠사슬을 비롯해 자물쇠, 글루건, 프라이팬, 쇠막대 등 학대 도구로 의심되는 물품 6점을 확보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계부에 대한 한 차례 경찰 조사만 이뤄진 상태다. 전날 A양의 동생 3명에 대해 안전을 이유로 법원이 임시 보호 명령을 내리자 계부와 친모는 머리를 벽에 박고 건물에서 뛰어 내리려는 등 자해 소동을 벌였다.
경찰은 계부와 친모를 병원에 응급 입원 조치함에 따라 이날 예정된 소환 조사를 미뤄졌고, 검찰과 협의해 강제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양은 조만간 퇴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퇴원 후에는 부모와 떨어져 양육시설 등에서 보호받을 예정이다.
A양은 "집에는 돌아가기 싫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전했다. 그러면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잠옷 차림의 맨발로 창녕의 한 거리에서 시민에 의해 발견되면서 계부와 친모의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