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주 종합경기장 인근 양궁연습장에서 날라온 화살이 차량 뒷문과 초등학생용 카시트에 박힌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화살이 신형 팰리세이드 옆문을 뚫고 초등학생용 카시트에 박힌 것도 그나마 다행입니다. 자칫하면 사람이 맞을 뻔했어요."
전주에 사는 A씨(43)는 하마터면 화살에 맞을 뻔했다.
화살 오발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10일 오후 3시 40분, 전북 전주시 종합경기장 인근 양궁연습장.
화살은 120m 직선거리를 지나 A씨의 팰리세이드 뒷 옆문에 그대로 박혔다.
화살은 옆문을 뚫고 들어가 뒷좌석에 설치된 초등학생용 카시트도 뚫을 만큼 강력했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사람이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없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차량에 박힌 화살. (사진=제보자 제공)
도로 노면 청소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던 A씨는 퇴근을 앞두고 차량에 시동을 건 뒤 옆에서 동료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퉁' 소리에 놀라 옆을 보니 지난 3월 산 신형 팰리세이드 차량에 화살이 박힌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평소 A씨가 차량을 정비하던 곳이었다.
A씨는 "하필 그날 차량 정비할 게 있었는데 퇴근 시간이 되어서 안 했다"며 "만약 작업 중이었다면 제가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고의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돌아갔다.
전북 전주시 종합경기장 옆 양궁연습장에서 선수들이 양궁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남승현 기자)
어떻게 양궁연습장에서 화살이 외부로 날아가 심지어 차량에 박힐 수 있었던 걸까.
문제는 양궁연습장 너머 빈틈이었다.
활이 날아가는 맞은편은 청소업체의 건물로 막혀 외부와 단절됐지만, 그사이 1m 남짓의 틈을 향해 얼마든지 활이 빠져나갈 수 있었다.
양궁연습장의 빈틈. (사진=남승현 기자)
사고 당시엔 다음 달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전북양궁협회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궁의 '컴바운드' 종목의 한 선수가 제대로 조준도 전에 오발이 났다.
활의 줄을 잡아주는 장비인 '슈팅기' 내부에 스프링이 끊어지면서 의도치 않게 활이 쏘아졌다는 게 해당 선수와 협회 측의 설명이다.
"스프링이 끊어진 슈팅기" (사진=남승현 기자)
전북양궁협회 관계자는 "국가대표선발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연습하던 중 슈팅기의 스프링이 끊어지면서 오발 사고가 났다"며 "양궁연습장이 만들어진 지 30년이 넘었는데 사고가 난 건 처음"이라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화살은 90m쯤 과녁을 향해 포물선으로 날아가다 땅에서 한 번 튕기고 탄성을 받아 다시 올라 담장을 넘은 것 같다" 며 ,"현재는 피해자 측과 합의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에 대해서도 전주시시설관리공단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관련 사항을 접수한 전주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양궁연습장에 대한 시설 보수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