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핵심 피의자인데도 국내 수사당국의 조사를 거부하고 인도로 도피한 거라브 제인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이사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14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와 검찰 등에 따르면, 거라브 제인 전 옥시 대표는 최근 자신의 인터폴 적색수배 해제를 위한 법적 대응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인 전 대표는 지난 2006~2009년 옥시 한국법인 마케팅본부장, 2010~2011년 대표를 역임했다. 마케팅본부장 시절 가습기살균제 유해성을 알면서도 '안전하다'는 허위 표시·광고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대표이던 2011년에는 서울대 조모 교수 연구팀에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PHMG의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하면서 금품을 주고 '살균제와 폐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허위 보고서를 쓰도록 공모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불거진 뒤 제인 전 대표는 해외 거주 등을 이유로 검찰 조사를 회피해 왔다. 이에 검찰은 그를 기소 중지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지명수배했다. 인터폴은 지난 2016년부터 제인 전 대표를 최고 등급인 적색수배 대상에 올렸지만, 모국인 인도 정부는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
문제는 그가 수사를 거부하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책임자들의 처벌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존 리 옥시 전 대표(현 구글코리아 사장)는 지난 2017년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리 전 대표가 대표를 맡을 때 제인 전 대표는 마케팅본부장으로 직속 관계였다. 법원은 검찰이 제인 전 대표를 수사하지 못해 리 전 대표의 혐의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최예용 부위원장 등 사참위 관계자 5명이 제인 전 대표를 조사하기 위해 인도를 직접 방문까지 했지만 끝내 만남을 거부당했다. 당시에도 제인 전 대표는 "범죄인 인도 조약 때문에 현지법에 따라 조사를 받기 어렵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런 그가 최근 인터폴 적색수배 해제 시도에 나선 것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관한 책임을 끝까지 회피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제인 전 대표의) 적색수배 해제 요구 등과 관련해 인터폴 등 관계당국과 협력을 통해 대응 중이다"면서도 "진행 상황 등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사참위는 지난 3월 검찰 측 요청으로 제인 전 대표 조사와 관련된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제인 전 대표는 현재 옥시 아시아·아프리카 총괄 부사장으로 인도에 거주 중이다. 제인 전 대표 혐의의 공소시효는 오는 2021년 12월16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