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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뜨뜻미지근…'기본소득'으로 본 잠룡들 정치 스타일

국회/정당

    화끈·뜨뜻미지근…'기본소득'으로 본 잠룡들 정치 스타일

    '화끈' 이재명‧'뜨뜻미지근' 이낙연
    '현실론' 박원순‧'시기상조론' 김부겸
    '이슈주도' 김종인‧'소신 관철' 오세훈
    '융합형' 안철수‧'색깔론' 홍준표

    코로나19 사태 관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발단으로 '기본소득'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직후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여야 잠룡들이 모두 논쟁에 뛰어든 형국이다.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구조 변화와 실업률 상승에 따라 소득창출‧복지제도 개편 등 근본적인 사회 변혁과 맞물리는 이슈다. 미래 사회를 좌우할 화두인 만큼 미래 권력을 꿈꾸는 이들도 기본소득에 관해 각자의 생각을 내비쳤는데, 이를 통해 잠룡들의 스타일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의원(사진=연합뉴스)

     

    ◇'화끈' 이재명…"기본소득은 경제선순환 위한 경제정책…국토보유세 등 증세"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 논쟁에 뛰어든 정치권 인사 중 선명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등 '화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기본소득제 도입' 공약 제시 등 오래 전부터 기본소득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소득 도입 논쟁에선 '지급 방식'과 '재원 마련책'이 핵심 두 축으로 꼽히는데, 이 지사는 재산‧소득‧고용 여부에 관계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돈이라는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의 정의를 그대로 수용한다. 연간 20만원부터 시작해 최종 연간 600만원까지 액수를 높이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은 국토보유세, 로봇세 신설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뜨뜻미지근' 이낙연…"기본소득 개념, 복지체제의 대체 및 보완, 재원확보 등 논의와 점검 이뤄지길"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김종인발(發) 기본소득 논쟁에 불이 붙은 후에도 뜸을 들이다 지난 8일 뒤늦게 참전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며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며 플레이어(Player)로 뛰어든 이 지사에 비해 이 위원장은 한 발 물러서며 '중재자' 내지 '관찰자' 입장을 보인 셈이다. 국무총리 시절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다소 거리를 두며 몸을 사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현실론' 박원순…"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먼저…지도자는 현실적 고민해야"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소득 도입에 사실상 부정적인 의사를 보이는 동시에 '전 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우회적 대안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현실적이고 실증적이고, 또 효과적인 것을 고민해야 한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에 무게를 뒀다.

    박 시장은 기본소득이 얼핏 공평해보이지만 실제 재분배 효과를 떨어뜨려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할 수 있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훨씬 더 정의롭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본소득 재원과 관련해선 "10만원씩만 전 국민에게 준다고 해도 예산이 62조가 들어간다"며 간접적으로 이 지사를 겨냥했다. 그러나 초기엔 연간 20만원 지급(연간 10조 소요)을 제시한 이 지사의 구상에 대해 동문서답(東問西答)식 비판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기상조론' 김부겸…"기본소득 앞서 고용보험 확대가 급선무…사회안전망 더 절실"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 역시 기본소득 도입에 우려를 나타내며 '고용보험 확대'를 주장한 박 시장과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그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에 앞서 고용보험 확대가 급선무"라며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서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촘촘한 사회안전망'"이라고 밝혔다.

    '복지 없는 기본소득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사실상 기본소득 도입에 날을 세웠던 김 전 의원은 해외 사례를 들며 고용보험 확대를 우선순위에 뒀다. 그는 기본소득 도입을 시도 중인 핀란드와 스위스를 거론하며 "두 나라는 모두 사회안전망이 먼저 구축된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실험했던 것"이라고 '시기상조론'을 강조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전 시장 (사진=연합뉴스)

     

    ◇'이슈주도' 김종인…"이제는 기본소득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제1야당 수장으로 취임 직후 '실질적 자유'를 언급하며 기본소득 이슈를 정치판에 던진 주인공이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논쟁적 이슈를 보수정당에서 먼저 검토하겠다고 치고 들어오면서 '이슈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급 대상과 방식, 재원 마련책 등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김 위원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경제민주화'로 2012년 새누리당의 승리를 이끌었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이슈를 주도하며 노회한 정치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소신 관철' 오세훈…"일정 소득 이하만 지원하는 '안심소득' 도입해야"

    2011년 무상급식 파동 당시 선별복지를 외치며 시장직을 걸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기본소득 논쟁에서도 대체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선별지급을 기반으로 한 '안심소득'이 기본소득의 대안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저소득층에 차등 지원하되, 일정 소득 이상엔 지원하지 않는 안심소득이 도입돼야 한다"며 "안심소득을 도입하면 증세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안심소득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창한 '음의 소득세' 개념에 입각했지만, 기존 선별 복지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기본소득 논의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홍준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융합형' 안철수…"어려운 계층 우선 배분 개념에 따라 한국형 기본소득 검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4일 "복지 욕구별, 경제 상황별 맞춤형 한국형 기본소득제도가 필요하다"며 "'K-기본소득' 도입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에 대해선 재난과 당장 상관없는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에게까지 빚을 내 무차별적으로 지급했다고 비판했다.

    청년‧노인 등 연령별 그리고 계층별 차등 지급을 시사했다는 면에선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구상하는 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 본래 정의에선 비껴간 안철수식 융합형 대안의 하나로 분류된다.

    ◇'색깔론' 홍준표…"기본소득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도와 다름없어"

    무소속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기본소득 도입안에 대해 여야 잠룡 중 유일하게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경제민주화가 헌법상 원칙인 자유시장 경제를 제치고 원칙인양 행세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지금 논의 되고 있는 기본 소득제의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도를 실시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홍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보수진영 잠룡들이 변형된 기본소득안을 들고 나온 데 비해 홍 전 대표는 '사회주의 배급제도'에 빗대 강력 비판한 것이다. 여권 일부에선 '색깔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홍 전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이같은 여야 잠룡들의 논쟁에 대해 이원재 LAB2030 대표는 1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정파적으로 논쟁을 펼칠 게 아니라 공론장을 만들어 숙의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국민이 이해관계자인 만큼 정부와 여야, 시민단체 등 모두가 참여한 위원회를 만들어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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