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의원님 △△△ 상임위에 배정되셨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사위원장 등 일부 상임위원장 선출이 국회 본회의에서 예고됐던 15일 오후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모여있던 맞은편 예결위 회의장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일부 의원들에게 이런 통보를 했다. 강제배정된 상임위원 명단이었다.
깊은 한숨과 탄식이 교차했고, 한 초선 의원은 "마치 인력시장에 팔려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대열을 꾸려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 등을 향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본회의장에 홀로 들어가 항의 발언을 한 뒤 다시 의총장으로 들어선 주호영 원내대표는 "막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저들을 앞으로 계속 볼 수가 없습니다"라며 원내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
의원들은 "왜 이러십니까"라며 만류하고, 격려의 박수도 쳤다. 의원들 마다 발언을 이어가던 중 한 3선 의원은 "상임위원장도 못 해보고 내려놓은 □□□입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의원들 사이 헛웃음이 나왔다.
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지난 1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불참속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의총 도중 눈이 벌게진 주 원내대표는 밖으로 나가 세수를 하고선 들어왔다고 한다. 한 의원은 "주 원내대표 표정이 워낙 좋지 않았다.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또 평소 성격을 볼 때 사퇴 의사를 쉽게 거두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본관을 빠져나와 차량에 오르면서도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사퇴 의지는 확실하다"면서 "좀 쉬겠다"고 했다. 향후 협상에 대해서는 "없다"고 답했다.
상임위에 강제배정된 통합당 의원 23명은 이날 아침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집무실을 찾아가 항의했다. 30분 면담에서 상임위원장 선출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김성원 원내수석은 박 의장 면담 뒤 "헌법사상 유례없는 의회폭거를 감행하고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든 박병석 의장과 민주당에게 강력히 항의했다"며 "박 의장이 결자해지하는 모습으로 강제 배정과 상임위원장 선출 취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코로나19 위기와 안보 상황을 들어 상임위 구성의 당위성을 설명했다고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전했다.
통합당은 원내 공지를 통해 "어제 진행된 상임위원 강제 임의배정은 당 차원에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으로, 법적 근거없이 진행된 개별 의원들의 상임위원 보임을 일괄 사임하고자 한다"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