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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가습기살균제' 기업 부실조사한 환경부 공무원 감사요청

사건/사고

    사참위, '가습기살균제' 기업 부실조사한 환경부 공무원 감사요청

    국장급 포함한 환경부 현직 공무원 4명 대상…징계시효 오는 8월 '만료'
    "피해 1차 책임은 기업에 있지만, 무책임한 정부 대응으로 피해 더욱 확산"
    조사대상 46개 기업 중 12개 피해구제분담금 면제…"성분분석도 전혀 안해"
    "조사대상서 누락된 제품도 상당수…분담금 면제제품은 피해사실도 알 수 없어"

    16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황전원 지원소위원장이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사원에 요청하는 감사 요구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가습기살균제' 관련 피해를 조사하는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를 생산, 판매한 기업들에 대해 피해구제 분담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부실조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해당업무를 담당한 환경부 현직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원의 검증을 요청했다.

    사참위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 산정과 관련해 환경부 공무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사참위가 감사대상으로 특정한 이들은 국장급 고위공무원을 포함한 환경부 소속 공무원 4명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017년 2월 제정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에 근거해 가습기살균제와 그 생산에 쓰인 원료물질을 제조·수입, 판매한 사업자들에 대해 피해자 지원을 위한 피해구제 분담금을 부과했다.

    환경부는 총 4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18곳의 사업장(2곳은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원료물질 사업자로 중복포함)에 대해 약 1250억원을 부과, 징수했고 28개 사업자에 대해선 분담금을 면제조치했다.

    이 중 폐업·부도 등의 이유로 해당사항이 없는 기업들을 제외한 12개 기업들이 분담금 면제사업자로 결정됐지만 상당수는 부과대상임에도 환경부의 허술한 조사로 책임을 회피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사참위 황전원 지원소위원장은 "환경부가 (피해구제분담금) 면제사업자와 부과대상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국가공무원법(성실 의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그에 따라서 특별법(사회적참사 진상규명법) 30조에 의해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습기살균제의 1차 책임은 기업에 있지만 피해자들은 무책임하고 소극적인 정부의 대응과정에서 피해가 더욱 확산되고 가중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이번에 드러난 환경부의 납득할 수 없는 행정을 보면 피해자들이 왜 그토록 환경부를 불신하고 원망하는지 일면 이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사회적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참사 진상규명법) 30조는 조사 결과 현직 공무원에게 징계사유가 있을 경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게 돼있고, 감사원은 사참위 측에 3개월 이내에 결과를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6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 관련 부실조사 의혹을 받는 현직 환경부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사진=이은지 기자)

     

    사참위는 "기업들에 피해구제 분담금이 부과된 것이 지난 2017년 8월 9일로 징계시효가 3년이기 때문에 오는 8월 8일이면 징계시효가 도과된다"며 "감사원에서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해당부처에 통보하면 그때부터 징계시효가 중단되기 때문에 시급히 요구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참위에 따르면 △전체 가습기살균제 판매량 1% 미만 △소기업 △독성 화학물질 미포함 등 3가지의 요건을 충족시켜야만 피해구제 분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현장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9종 19개의 제품과 피해자로부터 확보한 가습기살균제 5종 7개 등 총 11종 25개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6년간 성분분석조차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황 소위원장은 "A사의 경우, 대표가 조사 당시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밝힌 이염화이소시아눌산나트륨(NaDCC)가 포함됐다고 진술했음에도 어떤 영문인지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현장조사 결과문서에는 '해당없음'이라고 변질돼 있는데, (성분 내용이) 잘못 확인됐다고 (분담금이) 면제됐다고 하는 걸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지 참 어이가 없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A사의 제품은 지난 2016년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이미 NaDCC 성분이 50%나 된다고 공개지적을 받았음에도 환경부 담당자가 이 내용을 인식조차 못했다는 것이 사참위의 설명이다.

    또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016~2017년 진행한 연구결과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대거 검출된 한 제품은 해당 사업자가 관련자료를 제출조차 하지 않았는데 전산·회계자료 등의 항목을 누락하고 조사를 종료한 정황도 발견됐다.

    사참위는 당초 환경부가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46개 기업 외에도 대상기업·제품이 상당수 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부로부터 피해구제 분담금 대상이 아니라고 '인증'받을 경우 해당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원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는 점도 심각하게 바라봤다.

    황 소위원장은 "저는 역설적으로 오늘 우리의 감사 요구가 감사원의 감사에서 모두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길 바란다"며 "환경부가 전대미문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를 이렇듯 무성의하게 다뤘다고 차마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환경부는 사참위가 감사원 감사까지 요구하는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개정된 특별법의 취지에 맞는 시행령의 개정과 시행으로 피해자들의 아픔과 눈물을 닦아주는 환경부로 거듭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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