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승모 기자 (CBS 심층취재팀)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김승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심층취재팀에서 김 기자가 처음 들고온 뉴스는 뭔가요?
◆김승모> 혹시 최근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가장 큰 특수를 본 업종이 어딘 줄 아세요?
◇김현정> 고깃집 같은 곳이 아닐까 하는데.
(사진=엽합뉴스)
◆김승모> 고깃집도 있을 텐데. 바로 안경점이라고 하는데요. 지원금으로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나 봅니다. 그런데 이처럼 사람들이 흔히 찾는 콘택트렌즈를 두고, 안경업계와 의료계, 법조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해 있었던 한 집회 현장 목소리부터 들어보시고 얘기를 이어가 보죠.
[녹취] "정부는 국민의 눈 건강을 파괴하는 근용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김현정>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정책 추진을 중단하라?
◆김승모> 지난해 2월 27일에 열린 대한안경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나온 구호입니다. 흔히 돋보기라고 부르는 근용안경과 콘택트렌즈에 대한 정부의 온라인 판매 추진을 반대한다는 목소리에요.
◇김현정> 그럼 지금까지 콘택트렌즈는 온라인으로 못 구입했어요?
◆김승모> 현재는 법으로 금지돼 있어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 온라인 판매가 추진되다 중단되기도 했는데요, 얼마 전에는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을 두고,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김현정>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이거 위헌 아니냐, 가려주십쇼?' 이거 처음 듣는 뉴스 같은데요?
◆김승모> 네 저희가 처음 확인한 결관데요. 오늘 훅뉴스에서는 그 논란의 이유, 그리고 이 판단이 가져올 파장까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현정> 사실 콘택트렌즈를 쓰는 분들이 아니면 렌즈를 온라인에서 못 사는 거였구나, 처음 들으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김승모> 도마 위에 오른 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줄여서 의료기사법이라고 하는데 이 법 제12조예요. 안경과 콘택트렌즈는 전자상거래나 통신 판매로 거래할 수 없고, 사이버몰 같은 곳에서 구매나 배송을 대행할 수도 없다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김현정> 이런 제한이 처음 도입된 게 2011년이라고요.
◆김승모> 국민의 눈 건강과 직결되는 렌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구매는 안경점에서만 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다 해외 구매대행 등의 방법으로 렌즈를 구입하는 사례가 자꾸 생기면서 2016년엔 해외 구매대행 금지 조항도 추가돼 현행 법률로 굳어졌어요. 여기에 대해서 '과잉 규제다',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규제 완화로 실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김현정> 처음에 들었던 것처럼, 안경사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던 것도 한 원인이겠고요.
◆김승모> 네. 콘택트렌즈는 어렵더라도 도수가 있는 물안경이나 돋보기만이라도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자, 이런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논의는 이후에 국무회의 의결까지 이뤄졌지만, 법률 개정까지 가지는 못한 채 20대 국회가 끝났습니다.
◇김현정> 정부 차원의 법률 개정 시도가 좌절된 거네요.
◆김승모> 이런 가운데 법원이 나서게 된 건데요. 온라인상에서 콘택트렌즈를 팔다가 적발돼서 재판에 넘겨진 한 피고인이 의료기사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 것인데,
◇김현정> 콘택트렌즈 왜 못파냐고 위헌소송을 한 거예요.
◆김승모> 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달 그 주장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까지 한 것이죠.
◇김현정> CBS 심층취재팀이 그 사실을 단독 확인한 건데. '법원이 이렇게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는 건 이례적인 건가요?
◆김승모> 그만큼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고 본 겁니다. 법원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소비자들은 해외 업체로부터 기성품 렌즈를 직접 사들이는 게 현실인데, 현행 법률이 유지되면 국내 업체만 역차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김현정> 아까 해외로부터 온라인 구매하는 건 금지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김승모> 현행법은 해외 구매대행을 금지할 뿐 직접구매는 제한하지 않고 있거든요.
◇김현정> 직구는 되는 거예요? 소매업체가 수입해 와서 파는 건 안 되지만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면 된다.
◆김승모> 그렇습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또 다른 근거는 콘택트렌즈는 대개 기성품이고, 소비자들은 자기에게 맞는 콘택트렌즈를 구입할 때마다 따로 처방전을 받을 필요도 없다는 점을 주목한 겁니다.
◇김현정> 그 말은 렌즈를 살 때 안과에서 처방전 받아가는 사람은 드물다는 얘기를 하는 거군요.
◆김승모> 한번 시력검사를 한 뒤에는 그 결과에 따라 규격화된 콘택트렌즈를 반복적으로 산다면, 국민의 눈 건강을 위해 렌즈는 안경점에서만 사야 한다는 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거죠.
(사진=연합뉴스)
◇김현정> 이런 상황에서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이 올라가 있는 건데 어떻게 결과가 나올 지는 두고봐야해요. 알 수 없습니다만 만약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에서 팔 수 있다고 결과가 나온다면 파장이 크겠는데요?
◆김승모> 관련업계 후폭풍이 이어질 거 같은데요. 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가 '처방전에 따른 반복 구매'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별다른 위험요인이 없는 경우 매번 의사나 안경사 등 전문가를 만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이게 허용된다면 같은 이유로 비대면 진료나 처방도 그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관측입니다.
◇김현정> 근데 '별다른 위험요인이 없는 경우'라고 전제가 붙잖아요. 콘택트렌즈의 경우와 당뇨병, 혈압 다른질환의 경우는 차원이 다르지 않습니까?
◆김승모> 그 해석이 비대면 진료나 처방의 기준이 될 것 같은데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 한시적으로 의사의 전화 처방이 허용돼 주목을 받았잖아요? 그런 사례가 2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모두 26만 건이나 되는데,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자 상당수가 전화로 진료와 처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비대면 진료나 처방 확대를 위해선 다른 쟁점들도 있지만 이번 콘택트렌즈 관련 법원의 결정이 그 논의의 또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김현정>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에서 벌어진 일인데 평시에도 허가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다면 어느 병까지, 어느 약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시발점이 이번 콘택트렌즈 판결이 될 거다?
◆김승모>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도 다뤄질 정도로 이미 뜨거운 이슈입니다. 지난해 3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소관부처와 업계 전문가가 모여 '규제개선 아이디어, 스타트업에서 찾는다'라는 타이틀의 행사를 열었는데, 그때도 최종 6개 토론 과제중 하나에 꼽히기도 했고요.
◇김현정> 콘택트렌즈와 안경과 관련된 규제완화 시도가 여러 번 있었군요?
(사진=연합뉴스)
◆김승모> 콘택트렌즈를 넘어 안경의 온라인 판매 문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의제로 올리려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선정한 최종 의제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논의는 이어갈 예정이라 하네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입니다.
[녹취] "규제부처가 계속적으로 이해관계자들 반대라든가, 그래서 지금 현재는 보류돼 있는 상태고. 지금 저희가 4차위 쪽에도 보고를 드렸고. 4차위 쪽에서도 고민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고, 내부적으로 국조실(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련 건을 어떻게 할 것인지 회의가 예정돼 있어요."◇김현정> 콘택트렌즈, 안경의 온라인 판매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대면진료 허용여부와 4차산업 이슈까지 이어지는 거네요. 그 여부가 헌재에서 곧 가려진다. 언제쯤 결과가 나올 거 같아요?
◆김승모> 이번 달 초부터 심리에 들어갔으니 정확한 시기를 예상할 순 없고요.
◇김현정> 이게 또 법리로만 따질 문제도 아니죠.
◆김승모>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관건이 되겠죠. 이에 대해 안경업계 분위기는 렌즈의 온라인 판매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안경업계의 한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국민들의 안건강을 위해서는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인터넷을 통해서 판매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죠. 인터넷을 통해서 무분별하게 콘텍트렌즈가 판매가 될 때 소비자인 국민들이 자기가 도수를 마음대로 쓴다고 하면 얼마나 눈 건강에 해롭겠습니까."◇김현정> 이 부분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잖아요. '내 생각에는 내 시력이 0.2정도 되는 것 같으니까 0.2로 신청해야지' 이렇게 무분별하게 가면 어떻게 하느냐 걱정하시는 거잖아요. 또 한편으로는 '얼마 전에 검사받은 게 있다면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 양쪽 이 다 논리가 있는 상황이네요.
여러분.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허용 논의. 콘택트렌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상당히 큰 문제라는 걸 오늘 알았습니다. 관심 가지고 지켜보고 결과 나오는 대로 전해주세요. 지금까지 김승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