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택시협동조합 이사 몸에 불을 붙이고 달아났다가 자수한 60대 택시기사가 1심에서 징역 21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이대연 부장판사)는 살인미수와 현존건조물방화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택시기사 이모(61)씨에게 징역 21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의 조합원인 이씨는 지난 3월 29일 새벽 1시 25분쯤 미리 준비한 시너 2통(총 2L)을 조합 배차실에 있던 피해자 A씨를 향해 뿌린 뒤 불을 붙인 혐의를 받는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결국 다음 달 16일쯤 화상으로 인한 패혈증 쇼크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절대성을 지닌 것으로,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의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결코 용서될 수 없다"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끔찍한 고통과 극심한 공포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했고 조합 이사 중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먹고 사무실에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여 그 비난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며 "현재까지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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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과 뒤늦게나마 자수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2015년 9월쯤부터 조합원으로 활동한 이씨는 조합으로부터 업무방해·업무상횡령 등으로 수차례 고소를 당하는 등 운영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A씨가 고소 대리인으로 진술한 것을 알고는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재판은 이씨가 희망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의견을 냈다.
한편 한국택시협동조합은 사납금을 받지 않는 '착한 회사'로 2015년 출범했지만, 2017년쯤부터 재정 등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내부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