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기획중인 드라마 '언더커버'에서 김현주가 인권변호사 출신의 초대 공수처장으로 열연하게 된다.(사진=YNK엔터테인먼트제공, 공수처홈페이지캡쳐)
"공수처는 최후의 독립 관청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걸 바라시는 거 아닌가요? 진실의 추구에 대한 용기와 독립 말입니다. 아니면 균형과 타협을 따지며 몸 사리기를 바라시나요? 언제나 예외 없이 진실을 위해 노력할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수처장은 그런 사람이어야 합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인 충모와 민정수석, 정무수석, 인사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 앞에서 인터뷰하는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연수. 그녀의 내공을 보고자 공격하는 면접관들 앞에서 연수는 당당히 말한다.
CBS가 단독 입수한 시놉시스에 따르면 JTBC에서 기획중인 드라마 '언더커버'(백철현·송자훈·정혜은 극본, 송현욱 연출)의 한 장면이다.
탤런트 김현주가 인권변호사 출신의 초대 공수처장으로 열연하게 되며 남편 역할의 지진희는 김현주와 결혼한 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오다 신분이 탄로나 위기를 겪는 국가정보원 비밀요원 한재현 역을 맡게 된다.
'언더커버(Undercover, 비밀 첩보 요원)'는 영국 BBC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영국 최초의 흑인 여성 검찰 총장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런던 경찰의 스파이를 국정원의 비밀요원으로 각색했다.
영국BBC의 원작 '언더커버(Undercover, 비밀 첩보 요원)'는 영국 최초 흑인 여성 검찰총장 후보에 오른 변호사 마야가 20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밝혀지는 정치적 음모를 다룬다.(사진=BBC홈페이지캡쳐)
내년 1월 방영 예정인 이 드라마는 초대 공수처장 임명을 막으려는 국정원 등의 계략에 맞서 진실과 정의를 위해 살아온 인권변호사 최연수(김현주)의 이야기, 전직 '언더커버' 한재현(지진희)이 진실과 정의 사이에서 아내 최연수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러브스토리로 구성된다.
재현은 승구, 승미와 함께 서울의 한 호프집에서 열리는 ‘2018년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변호사들의 모임 송년의 밤’ 에 참석한다. 사회자가 상을 받을 인물에 대한 화려한 이력을 읊기 시작한다. ‘1992년, 사법연수원 수석! 판검사 임용 다 마다하시고 약자와 억울한 이들 옆을 지켜 오신 분이십니다. 맡으셨던 사건이 이분의 인생을 대변합니다. 김정호 사건, 탈북자 간첩증거 조작 사건, 인천 노숙소녀 살인 사건, 대양전자 평택사업장 불산누출, 협력업체직원 사망사건... 와~ 정말 까다롭고 돈 안 되는 사건들만 맡아오셨다. 그죠?’ 바로, 최연수의 이력이다.초대 공수처장인 김현주는 극중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변호사들의 모임' 출신 인권변호사로 나온다. 표현만 바꿨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라고 해석되기 쉽다.
연수가 기자들 앞에서 말한다.
"이번 수사로 비리를 저지른 고위공직자가 있다면, 어떤 진영의 인물이었는지의 문제가 아닌 진실과 공정성의 기준으로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본인이 가진 지위와 권력을 남용했을 경우, 그가 누구일지라도 반드시 그 대가를 받게 된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다시는 그런 부패가 싹트지 못하도록 경종을 울려 부패의 토양을 없애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적폐는 광대합니다. 이번에 기소된 임형락(국정원 기조실장)은 부패의 실체가 아니라 행동대장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배후를 반드시 찾아 낼 것입니다"하지만 원작의 검찰총장 대신 이 정부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밀고 있는 공수처장을 전면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드라마가 정치편향적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 2TV 수목드라마 '출사표'를 놓고서도 '등장인물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선악이 갈린다'는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등장인물 소개 문구를 일부 수정하고 해명문을 내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당초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의 등장인물 소개에 가상 정당인 ‘애국보수당’의 인물들은 음모를 꾸미거나 갑질, 도박, 성희롱 등으로 논란이 된 적 있는 정치인이라고 소개됐고 '다같이진보당'의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기부나 봉사활동에 전념하거나 정의감이 높은 인물로 묘사됐다.
◇'공수처 홍보물' 아니냐 논란
방송 관계자는 "이 시국에 이런 드라마를 기획하는 것이 '정권 입맞추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그야말로 공수처 홍보물"이라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정권이 정치적으로 추진한 공수처 자체를 미화하는 드라마는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국민들에게 공수처의 역할에 대해 선입견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공수처가 실제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드라마로 설정해 놓고 만드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jtbc 관계자는 "아직 나오지 않은 드라마에 대해 대답할 말이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