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국회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김 모(좌측)씨와 소속 코치와 선수가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징계 혐의자들의 진술이 스포츠공정위원들이 보기에 조금 믿기 어려운 면들이 많았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된 고(故) 최숙현 선수 관련 심의를 마치고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과 여자 주장 장윤정에게 영구제명, 남자 선배 김 모씨에게 자격정지 10년 중징계를 내린 이유 중 하나로 이같이 밝혔다.
안영주 스포츠공정위원장은 진술을 믿기 어려웠던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혐의자들의 진술 내용이 조금 달라야 하는데 같은 패턴으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답했다.
이어 "스포츠공정위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조력을 받은 상태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오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숙현 선수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3명은 국회에서도,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도 가혹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런데 가해자 3명과 또 다른 폭행 가해자로 알려진 '팀 닥터' 안씨가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사전에 입을 맞춘 정황이 드러났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체육회 산하 클린스포츠센터는 지난달 23일 안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조사 담당관에게 이메일로 자필 진술서도 보냈다.
안씨는 자신이 최숙현 선수를 때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김 전 감독에 대한 누명을 벗겨주길 부탁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대한체육회는 4월8일 최 선수가 클린스포츠센터에 접수한 신고 내용에 근거해 김 전 감독과 선수 2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안씨의 연락을 받은 이후에야 그의 존재를 파악했다.
안씨는 협회에 등록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체육 관련 단체의 공식 징계 대상자가 아니다. 철인3종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그럼에도 제왕적 권리를 행사한 안씨에 대해 "의문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징계 대상 범위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씨는 아마도 자신이 체육 단체의 징계 대상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나서 체육회에 자신의 존재와 폭행 사실을 알렸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감쌌다. 동시에 가해자 3명은 일관된 어투로, 필사적으로 가혹 행위를 부정했다.
미리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그들이 선수단 내 입막음을 하려고 시도했다는 동료들의 증언과 같은 맥락이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최숙현 선수가 고통받고 있을 때 사과 대신 사전 모의를 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안씨가 전면에 나섰던 6월23일은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3일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