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故 최숙현 선수가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맞바꾸면서까지 왜 그런 극한 선택을 했는지 너무 잘 알아서 용기를 냈습니다"
9세 피겨선수 딸아이를 둔 어머니 최모씨는 울먹이며 입을 뗐다.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등 민주당 소속 9개 의원실이 9일 공동으로 주최한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국회 긴급토론회' 자리였다.
자신을 '피겨 꿈나무 선수의 엄마'라고 소개한 최씨는 "저는 피겨코치의 폭행과 폭언이 무서워서 하루 8시간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딸아이를 지켜봤던 사람"이라며 "신고를 위해 관할 경찰서를 찾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벌금 20~30만원 수준으로 그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딸아이에게 폭행을 가한 피겨스케이팅 코치 차모씨에 대해 다른 피해자 부모 3명과 함께 대한빙상연맹에 진정서를 냈다. 그 결과 차씨는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차씨는 연맹 측에 '진정'을 제기했다.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다행히 그 과정에서 추가 피해 사실이 확보돼 자격정지처분은 3년으로 늘었다.
최씨는 "딸아이보다 (정도가 심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고소를 진행했고 언론사, 문체부, 시청 등 탄원서와 진정서를 넣지 않은 곳이 없었다"며 "하지만 어느 한 곳 발 벗고 도와주는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숙현 선수가 녹음파일을 1년 동안 가지고 있었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는지 상상이 갔다"며 "(피해를 알리는 과정은) 저희 피해자 4명의 엄마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정신적 고통과 압박감의 연속이었다"고 덧붙였다.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씨는 최 선수의 사례처럼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당당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다른 피해자 어머니가 모 아이스링크에서 레슨을 진행하는 코치의 모습을 봤다"며 "빙상연맹에 항의했지만 '개인 레슨까지는 막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재판에서 실형을 받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연습을 해야 하는 셈"이라고 답답해했다.
마지막으로 최씨는 눈물을 참으며 "최숙현 선수가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게 아니다. 가해자인 감독이 스스로 폭행과 폭언을 하지 않았다고 증거를 내놓고 결백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2시간이었던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원들도 최 선수 사건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이기도 한 도 의원은 인사말에서 "'저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마지막 문자를 보냈던 최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면서 자꾸 목이 메고 진정이 되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스포츠혁신위에서 만든 안을 두고 큰 잘못을 한 사람인 것마냥 닦달했던 내용이 담긴 속기록을 봤다"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어 "체육선수들이 끝없는 폭력과 성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과 힘을 모으는 일이 백 마디 말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으로 다른 말은 갈음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경란 전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사회를 맡은 이번 토론회에서는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인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수와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허정운 중앙대학교 교수, 전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인 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연구원이 발제자로 나섰다.
발제자들은 "지금까지 일곱 차례 걸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를 체육계는 번번이 반대하고 저항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