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규봉 전 감독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고 최숙현 선수 인권 침해 사건과 관련해 대한트라이애슬론(철인3종)협회가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최 선수의 진정을 고의적으로 묵살하고 가해자 지원에만 열을 올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북 경주시에 따르면 숨진 최숙현 선수가 감독과 주장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진정서를 제출한 건 지난 2월 6일이다.
대한철인3종협회도 나흘 뒤인 2월 10일 관련 내용을 인지했고, 2월 14일에는 협회장도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협회장이 보고를 받은 2월 14일, 대한철인3종협회는 대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최 선수 사건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2020년 정기대의원총회 회의록을 보면 총회에 올라온 14건의 안건 중 최 선수와 관련한 안건은 없었다.
반면 핵심 가해자로 지목된 주장 장윤정 선수의 이름은 2시간의 총회 시간 동안 모두 5차례 등장한다.
핵심 가해자로 지목된 주장 장윤정 선수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장 선수가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기 진작을 위해 올림픽 출전권 획득 시 선수에게 1천만 원, 지도자에게는 5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안을 논의해 결정한 것이다.
협회가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피해자인 최숙현 선수보다 가해자인 장윤정 선수를 감쌌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박석원 철인3종협회장은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협회는 2월 10일 사건을 인지했고, 보고를 받은 건 14일로 기억한다"며 사실상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규봉 전 경주시청 감독에 대한 의혹도 더해지고 있다.
경주시청 선수들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전 감독이 소속팀 여자 선수들은 국가대표 소집 훈련 참가를 사실상 막았고, 남자 선수들은 훈련에 보내는 대신 훈련 수당을 상납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숨진 최숙현 선수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네 차례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김 전 감독이 소집 훈련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국가대표 훈련수당으로 하루 6만 원을 제공하고, 1진에 선발된 선수에게는 월 50만 원, 소속팀 지도자에게는 월 30만 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경주시청 소속 한 선수는 "협회가 한달 치 수당을 계산해 지급할 때마다 절반을 감독에게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팀 내에서 '팀 닥터'로 불리며 선수들을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운동처방사 안주현(45)씨는 최 선수가 숨진 지 17일 만인 지난 13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