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사진=자료사진)
3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 경선 레이스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김부겸·박주민·이낙연(가나다 순) 세 후보는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시도당위원당 선출을 위한 권역별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유세 대결을 펼치며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이낙연 대세론'은 유효하지만 김부겸 전 의원의 선전을 바라는 당내 기류가 적잖게 감지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전 의원의 지지 기반인 영남 세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2년 뒤 대권에서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현실론적인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남 목소리도 대변할 필요가 있다는 당심(黨心)이 당 대표 선거 표심에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당내 "영남 목소리 많다는 거 보여줘야 대권에서 유리"8·29 전당대회(전대)를 앞두고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은 여전히 유효한 분위기다. 최근 지지율이 조금 빠졌지만 1년 넘게 대권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대세론을 거스를 순 없다. 이번 전대는 김부겸·박주민 후보가 얼마만큼 득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내심 김부겸 전 의원의 선전을 바라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김 전 의원은 영남을 기반으로 그동안 민주당의 외연을 넓혀왔다는 평을 받는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친문 세력의 지지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영남 출신'이라는 차별점이 민주당의 차기 대권 국면에 힘이 될 거란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 재선 의원은 "차기 대선에서도 이기기 위해서는 영남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 그런 만큼 김 전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40% 정도의 지지는 받는 게 당에도 좋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영남권 목소리도 다수 포진해 있다는 걸 보여줘야 전국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
실제 민주당 내에선 '대선에서 호남이 없어서는 안 되지만 호남만으로도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호남을 기반으로 한 세(勢)를 영남으로 확장해 대권을 잡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통해 보수 표심을 자극했다. 인구 수에서도 영남이 호남을 훨씬 앞서 전국구 선거에선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내에선 특히 이번 4·15 총선 결과로 인해 고심이 더욱 깊어진 분위기다. 총선에서 전체 의석 300석 중 180석(더불어시민당 포함)을 차지해 압승을 거뒀지만, 지역구 득표율은 민주당(49.9%)과 미래통합당(41.5%)의 격차가 8.4%포인트에 불과해서다. 지역구도가 완화되지 않고 이전보다 더 퇴보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낙연 의원처럼 대선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김부겸 전 의원을 반드시 안고 가야한다"며 "향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라도 '통합'의 의제는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맡은 포지션이 있고 당원으로서는 소중한 분"이라며 자세한 말은 아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사진=윤창원 기자)
◇박주민 득표력도 변수…김부겸·이낙연 '긴장'양자대결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했던 전당대회에 박주민 최고위원이 막판에 뛰어들면서 이번 당권 경쟁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박 최고위원은 후발주자에 정치적 연륜도 두 후보들에 비해 적은 만큼 이번 선거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친문으로 분류되는 박 최고위원은 온라인 내 두터운 팬 층과, 초선 의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박주민 텐트' 출범을 알리는 등 비대면 선거운동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 초선 의원은 "박주민 의원의 장점은 소통 능력"이라며 "지금 당 지도부가 경직된 부분이 있는데, 당선되면 확실히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거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의 등판이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모두에게 부담일 거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친문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의원과 지지층이 일부 겹치기도 하지만, 박 최고위원이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향후 토론회 과정에서 얼마든지 부동층의 표심도 공략할 수 있어서다.
한 재선 의원은 "박 최고위원이 지역 및 당내 세력은 크지 않아도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세가 있어서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으로 향했던 표를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박주민·이낙연 세 후보는 전당대회에 앞서 시도당위원장을 뽑는 권역별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유세 대결을 펼친다. 지역 대의원대회는 이날 제주를 시작으로, 강원(26일), 부산·울산·경남(8월1일), 대구·경북(2일), 광주·전남(8일), 전북(9일), 대전·충남·세종(14일), 충북(16일), 경기(21일), 서울·인천(22일)에서 열린다.
또 이번 전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치러져 방송 토론회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