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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서지현 미투' 때와 다를까…경찰 수사도 난항

인권/복지

    인권위, '서지현 미투' 때와 다를까…경찰 수사도 난항

    • 2020-08-02 05:05

    인권위, '朴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 나서기로
    2018년 서지현 검사 '미투' 직권조사
    인권위 조사에 5개월 걸렸지만…최종 '각하' 결정
    경찰, 朴 성추행 사건 '공소권 없음' 종결 예정…포렌식 '잠정 중단'
    "인권위 조사 영역에 해당…보다 넓은 범위에서 조사"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진상규명을 바라는 이들의 눈은 인권위로 쏠리고 있다. 특히 경찰 수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인권위 역할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인권위 조사의 한계와 역량 부족을 지적하며 '과연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권위가 2년 전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촉발된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직권조사' 했지만, 제대로 된 결론도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종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인권위 '첫' 단독조사 받는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오전 제26차 정기 상임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계획안을 의결했다. 조사 범위에는 '서울시의 성추행 묵인·방조 및 그것이 가능했던 구조와 제도 전반' 등이 담겼다.

    서울시는 15년 만에 인권위의 조사를 받는다. 인권위는 2005년 8개 국가기관과 16개 시·도, 43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고용차별 실태 관련 직권조사를 할 당시 서울시도 조사한 바 있다. 서울시 단독으로 조사받는 것은 처음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 대상은 '서울시+@'가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범위, 조사 대상 등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의혹 관련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이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당사자의 자발적 진술이나 임의제출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박 전 시장이 숨지면서 퇴직 처리된 서울시 '6층 사람들'이 소환에 응할지도 의문이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인권위는 강제조사권이 없다 보니 증거 등을 임의제출하지 않는 한 확보할 방법이 없고, 진술 거부하는 사람을 조사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과태료 같은 강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진실규명에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인사보복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4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서지현 검사 미투' 직권조사 5개월 걸렸지만…성과는 "글쎄"

    2018년 서지현 검사는 '미투' 폭로 이후 인권위에 법무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성추행과 인사보복 의혹 등을 조사해 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해당 사건 뿐만 아니라 '검찰 내 성폭력' 전반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신만만했던 '직권조사 실시' 발표는 5개월 후 '법무부 장관에게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권고사항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한다는 의견을 표명한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론으로 끝났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당시 결정문을 보면, 인권위는 조사 과정부터 석연치 않았다. 당초 인권위는 직권조사 개시 결정 이후 검찰청에 근무하는 검사·수사관·실무관 등 검찰 직원 전체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와 여성 직원 500명 심층면접을 계획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대책위를 꾸려 검찰청까지 포함해 조사하겠다고 밝히자, 인권위는 "동일한 기관을 대상으로 경쟁적으로 전수조사를 중복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조사 계획을 철수하고 법무부 결과를 받아보기로만 했다.

    심지어 인권위는 검찰의 조치가 없거나 검찰 진상조사단에서 입건하지 않은 사례 4건을 파악했으나, 진상규명까지는 못했다. 피해자들이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거나 피해를 부인한다며 "개별사건의 조사를 더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이유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올스톱'된 경찰 수사, 인권위는 밀고 나갈 수 있을까

    인권위가 그동안 사안에 대해 '수사 또는 재판 진행중'을 핑계로 결론을 제대로 내리지 않은 채 종결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서 검사 측이 직접 진정을 넣은 사건에 대해 인권위는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는 각하 사유"라면서 '각하' 결정했다.

    이번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도 '서울시의 성추행 방조' 의혹은 경찰의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인권위가 유의미한 결론을 내지 못할 것 같으면 또다시 '수사 또는 재판 진행중'이라는 명분 뒤에 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인권위는 조사할 수 있는 대상이 넓은 만큼, 수사 범위가 겹치지 않는 부분을 중심으로 최대한 역량을 동원해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가장 중요한 '박원순 성추행' 사건은 수사기관에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니,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인권위가 인력·법적 권한 등을 총 동원해서 치밀하게 조사하고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는 수사기관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조사할 수 있다"며 "성추행 방조와 관련해서도 서울시가 성추행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 등을 보기 때문에 형사적 사안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는 현재 '올스톱' 된 상황이다. 진상을 밝혀 줄 '핵심 증거'를 쥐고도 여러 법리적인 문제 때문에 들여다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숨진 장소 근처에서 '업무용 휴대전화'도 함께 확보했다. 이는 '성추행 의혹'부터 '서울시 성추행 방조'와 '고소사실 유출' 의혹 등을 밝히는 데도 핵심 역할을 할 '스모킹 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법원이 '변사 사건'과 관련해서만 휴대전화 기록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영장을 발부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게다가 변사 사건 조사를 위해 진행된 포렌식 절차도 유가족 측이 '준항고'를 신청하는 등 반발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26차 상임위원회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안경을 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은 지난달 30일 박 전 시장 유족 측의 준항고 신청을 받아들여 박 전 시장 업무용 휴대전화에 대한 경찰의 포렌식 절차를 '잠정중단' 결정했다. '준항고'는 법관의 재판 또는 검사·사법경찰관의 일정 처분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다.

    준항고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법리가 간단하지 않아서 법리를 검토하고 논문을 찾아 보는 데만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주일 이내에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서울시장 업무폰은 현재 고소돼 있는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 입증과정의 증거물"이라면서 "업무폰에 저장된 일체 자료에 대한 포렌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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