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일본인 K팝 가수 유키카를 만났다. (사진=황진환 기자)
일본에서 패션 잡지 모델을 한 경험이 있는 유키카는 '아이돌마스터.KR-꿈을 드림' 오디션에 도전했다. 배우를 '완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걸그룹 연습생들이 천재 프로듀서와 매니지먼트사 대표의 도움 아래 데뷔하는 과정을 다룬 '아이돌마스터.KR-꿈을 드림'은 드라마였지만 극중 걸그룹 리얼 걸 프로젝트(Real Girl Project, 이하 R.G.P)는 실제로 음원을 발매하며 '현실'에서도 활동했다. R.G.P의 유일한 일본인 멤버였던 유키카는 그렇게 한국 연예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유키카는 지난해 2월 첫 번째 싱글 '네온'(NEON)을 발매하며 솔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좋아하고 있어요'를 냈고, 지난달 선공개 싱글 '예스터데이'(Yesterday)와 첫 정규앨범 '서울여자'(Soul Lady)를 차례로 공개했다. '서울여자'에는 동명의 타이틀곡을 포함해 기존에 냈던 곡들까지 총 13곡이 들어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을 찾은 가수 유키카를 만났다.
유키카의 첫 정규앨범 '서울여자'는 '꿈을 안고 바다를 건너와 한국의 서울에서 살아가는 유키카의 이야기'다. 타이틀곡 '서울여자'는 소속사 에스티메이트 박진배 대표가 작사·작곡·편곡했다. 박 대표는 '테일즈위버 10주년 컬렉션 앨범', '엑소스 히어로즈' OST 등 게임 음악 작곡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유키카는 "대표님이 제 노래를 만들어주시는 게 처음이었는데 상상했던 것과 달랐지만 너무 좋았다. 더 게임 같은 음악, 좀 더 귀여운 느낌의 곡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템포도 빠르고 멋있는 곡이라 의외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꿈을 갖고 서울에 온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유키카는 어느새 '서울살이' 4년차를 맞았다.
유키카는 지난 21일 첫 번째 정규앨범 '서울여자'를 냈다. 타이틀곡도 '서울여자'다. (사진=에스티메이트 제공)
선공개 싱글 '예스터데이'는 두 번째 싱글 '좋아하고 있어요'를 만든 작곡가 그룹 모노트리(MonoTree)의 곡으로, '좋아하고 있어요' 두 주인공의 그다음 이야기를 담았다. 유키카는 "가이드를 만드는 단계부터 참여했는데 처음부터 저는 느낌이 좋았다. 그땐 아직 '서울여자'가 없어서(완성이 안 돼서) 이 노래가 타이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데뷔한 지 1년 반이 채 되지 않아 정규앨범을 냈으니, 꽤 빠른 시작이다. 음원 단위로 곡이 소비되는 상황에서는 싱글이나 미니앨범이 더 익숙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유키카는 "'네온' 발표 전부터 가진 곡이 많았다. 데뷔하고 나서는 해외에서도 곡을 보내주는 경우가 있었다. 다 노래가 좋아서 꼭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정규앨범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을 묻자 유키카는 "일단 발음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평소 녹음할 때도 속도가 빨랐지만 이번 앨범에서 더 능숙해졌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수로서의 매력은 무엇일까. 유키카는 "편안한 목소리라는 반응을 들어봤다. 특유의 콧소리가 들어가는 게 유키카만의 매력이 아닐까. 콧소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이라고 답했다.
타이틀곡 외에 추천하고 싶은 수록곡을 물었더니 유키카는 '발걸음'과 안아줘'를 들었다. '발걸음'은 "R&B 느낌이 있는 발라드곡"이고, '안아줘'는 "전형적인 K팝 아이돌 느낌의 곡"이라고 설명했다. 유키카는 "'발걸음'은 예전에 들었을 때부터 제가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노래다. 실제로 녹음도 2시간 만에 끝냈다"라고 말했다.
유키카는 지난해 2월 첫 번째 싱글 '네온'으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시티팝 장르의 곡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그늘'도 사랑받는 수록곡 중 하나다. 유키카는 "가이드 녹음부터 같이했는데 작곡가님께 그때 되게 칭찬받았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많이 준비하고 간 결과 더 애매해졌다. 느낌보다 기술에 집중해서 (처음의) 그런 느낌이 안 나서 녹음 시간이 길어졌다"라면서도 "'그늘'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라며 웃었다.
시티팝은 1970년대 후반 일본에서 유래한 음악 장르로, 소프트 록, R&B, 펑크, 신스 팝, 부기 등 다양한 스타일을 끌어안으며 발전했다. 최근 2~3년 새 국내에서도 '시티팝 붐'이 일었다. 데뷔 싱글부터 꾸준히 시티팝 장르를 내놨기에, 유키카의 음악은 곧 시티팝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시티팝을 접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부모님 덕분에 집에서도 이런 곡을 듣게 됐고, 본인도 1980년대 노래를 좋아해서 국적 가리지 않고 찾아 들었다.
유키카는 "대표님과 만났을 때 시티팝이 지금 유행이기도 하고 저하고도 어울릴 것 같다고 제안해 주셨다. 마침 저도 시티팝을 좋아했다"라며 "시티팝은 아침에 들어도, 밤에 들어도 좋고 무드 있는 장르라고 본다.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것도 장점이다. 어떤 특정한 기분일 때 듣기 싫은 노래가 있지 않나. 그런 거 가리지 않고 언제 들어도 좋은 장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트와이스 미나·사나·모모, 아이즈원 나코·사쿠라·히토미, 공원소녀 미야, NCT 127 유타, 펜타곤 유토 등 아이돌 그룹 안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멤버는 많지만, 전부 한국어로 된 음악으로 활동 중인 솔로 가수는 드물다. 한국 연예계를 주 활동 무대로 삼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유키카는 "한국 작곡가님이 만드는 곡이 좋았다. 시티팝은 옛날 장르이지만 한국분들이 해석하는 뉴트로 시티팝을 하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유키카의 정규 1집 '서울여자'에는 총 13곡이 들어 있다. (사진=에스티메이트 제공)
"아이돌일 땐 옷도 그렇고 헤어스타일이나 콘셉트 자체가 좀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제 나이에 좀 더 맞는 느낌이에요.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장르를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팀 활동을 하면 팀에 어울리는 걸 해야 하는데 솔로이다 보니까 편해진 부분이 있어요."지금은 시티팝으로 대표되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가 많다. 바로 R&B와 힙합이다. 유키카는 "좋아하긴 하는데 아직은 제 목소리와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보컬 수업 때 R&B 느낌 곡을 불렀다가 '너와 어울리는 곡, 좋아하는 곡 구별을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책에서 본 '기대를 하지 말자'라는 구절을 마음속에 새기고 산다는 유키카는 "오히려 마음을 놓았을 때 더 제 매력이 드러나는 것 같더라. 기대한다고 하고 싶은 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더 일이 안 될 때가 있다. 기대를 아무것도 안 하면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좋더라"라고 밝혔다.
"팬분들은 작년 말부터 정규앨범을 기다려 주셨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밀렸는데도 오래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대중분들께는, 제 곡이 많아졌으니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번 활동 통해서 저를 알게 되신 분들은, 앞으로 유키카라는 가수가 성장하는 걸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가수 유키카 (사진=황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