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이 13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3월 9일부터 2018년 5월 15일까지 근무했고, 그 기간 중에 제가 어떠한 성추행 호소에 대해 들은 바는 없습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이었던 김주명(57) 현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은 13일 성추행 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우선 "고소인이 이 힘들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음의 평안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 고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나 악의적인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아직도 저는 알지 못하고 있다. 진실규명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면서도 "성추행을 조직적으로 방조하거나 묵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제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고, 앞으로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추가로 제출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제가 피해자와 텔래그램으로 나눴던 대화록"이라고 덧붙였다.
전보 요청을 거부했다는 피해자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에게 올바르지 않은 성역할을 수행하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시장 비서실장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점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도 비판적인 성찰을 계속 하고 있지만, 지금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더불어 피해자 측과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 측이 원한다면 대질심문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지난달 16일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실장 4명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김 원장과 서정협 현 서울시장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가세연은 막연한 추측과 떠도는 소문에만 근거해 저를 포함한 비서실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성추행을 방임·방조·묵인한 것처럼 매도했다"면서 "가세연의 무고 행위는 저를 포함한 비서진 전체의 명예와도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정치적 음해를 목적으로 고발한 가세연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엄정한 법률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추측이나 소문에만 의존해 비서진 전체를 성추행 방조 집단으로 매도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법률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며 "저를 포함한 비서진 전체는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 가해 금지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법 절차에 따른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 측은 지난달 2차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성고충으로 인한 전보 요청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에게 말했다. 그러나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 체계는 침묵하게 하는 위력적 구조였음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피해자가 언급한 기간은 2015~2019년으로 그 중간에 김 원장이 비서실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 김 원장을 시작으로 다른 피고발인도 본격적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약 20명의 서울시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