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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숨진 초량 제1지하차도, 10년 전 배수구 절반 사라졌다

부산

    3명 숨진 초량 제1지하차도, 10년 전 배수구 절반 사라졌다

    초량 제1지하차도 바닥 배수로 일부 사라져
    10여 년 전 배수 시설 공사 전후 없앤 것으로 추정
    전문가 "바닥 배수 시설은 배수 기능에 영향…왜 없앴는지 밝혀야"
    동구청 "사실 관계 확인하기 어렵다…사고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을 것"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중앙대로 진출입로. 입구 바닥에는 배수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반대 차선에는 없다.(사진=송호재 기자)

     

    지난달 침수 사고로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 애초 설치됐던 배수 시설 일부가 10여 년 전 보수 공사 전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지상 배수구가 줄어들면 배수 기능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침수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산 중앙대로와 충장대로를 잇는 부산 동구 초량 제2지하차도 진·출입로. 왕복 2차로 바닥을 가로질러 철제 배수구가 설치돼 있다.

    '그레이팅'으로 불리는 이 바닥 배수 시설은 폭우 등에 대비해 지하차도 침수를 막는 역할을 한다.

    배수구로 흘러든 빗물이 도로 양쪽 가장자리 배수로를 통해 집수정까지 흘러가도록 설계돼 있다.

    일반 도로보다 낮은 지하차도 침수를 막기 위해 이처럼 차도 진출입로에 배수구를 설치하는 설계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달 폭우 당시 침수돼 3명이 숨진 초량 제1지하차도의 경우 배수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스팔트 포장만 남은 상태였다.

    초량 제1지하차도 바닥을 확인한 결과, 중앙대로에서 충장대로로 향하는 차도 입구 바닥에는 정상적으로 배수구가 설치돼 있었다.

    반면 충장대로에서 진입한 차량이 빠져나오는 출구 도로 바닥에는 배수 시설 없이 아스팔트로 덮여 있었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설계로 만들어진 초량 제2차도와 비교해 보면 왕복 2차로에 모두 설치해야 하는 배수로가 절반만 남은 것이다.

    지난달 23일 부산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졌다.(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부산 동구청에 확인한 결과 해당 배수구는 지난 2010년 지하차도 배수 설비 공사 과정에서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동구청은 당시 '초량 제1·2지하차도 기전시설물 자상배치 및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구청은 지하 배수펌프 증설, 배관 교체, 전기실 상부 이전 등 개선 작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해당 도로에 있던 배수구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지도를 검색한 결과 공사 전인 2009년에는 초량 제1지하차도 양방향에 모두 배수로가 설치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할 구청이 침수에 대비해 배수 기능을 개선하는 사업 과정에서 배수구 절반이 감쪽같이 사라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배수구가 줄어들면 당연히 지하차도 배수 능력에도 지장이 생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애초 설계 의도나 배수구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관리상 어려움을 이유로 배수구를 덮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경찰청 수사전담팀이 국과수, 전문가 등과 함께 부산 초량1지하차도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사진=박진홍 기자)

     

    이화기술단 이봉재 대표이사는 "그레이팅을 설치하면 노면에 물이 고이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며 "설계자는 경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입구 그레이팅에서 일차적으로 잡은 뒤, 집수정까지 흐르도록 유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침수에 영향을 줬는지는 장담하기 힘들지만, 그레이팅이 사라지면 지하차도 배수 능력에 지장이 생겼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애초 설치한 시설을 절반만 남기고 없앤 이유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레이팅이 있더라도 노면에 있던 이물질이 많이 들어가 내부에 쌓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며 "설계 의도를 잘 모른 채 청소 등 관리가 귀찮아 덮어버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동원과학기술대 정창식 교수는 "이 배수구는 빗물이 지하차도에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잡는 통로로,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는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양측 입구에 모두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런 식으로 절반만 설치하는 설계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만약 배수구가 정상적으로 연결돼 있다면 물이 좌우로 빠져서 양수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배수구가 없어지면 통수 단면이 줄어 기능이 절반으로 떨어졌을 것"이라며 "물이 차오르는 게 지연되는 동안 경찰과 소방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할 수 있는데, 배수구 절반이 사라져 조치할 수 있는 시간도 절반이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또 "배수구는 주기적으로 준설을 해야 하는데, 관리 주체가 유지 보수를 간편하게 하려고 절반만 운영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물이 차오르는 걸 막으려면 배수구 단면을 넓히거나 양수기를 더 설치해야 하는데 오히려 있던 시설을 없애버렸다"고 꼬집었다.

    부산 동구청(사진=송호재 기자)

     

    이와 관련해 동구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 관계로 자료가 없어 명확한 확인은 어렵지만, 배수구를 없앤다고 해서 침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2009년부터 설계도 등 자료를 경찰에 모두 제출했다"며 "어떤 경위로 도로가 포장됐는지 현재로서는 확인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라진 배수구는 지하차도 경사에서 떨어지는 빗물만 받아서 처리하는 역할"이라며 "지하차도 바깥쪽 입구에도 횡단 배수구가 크게 있고, 내부에도 양옆 배수로가 있기 때문에 사라졌다고 해서 크게 영향은 없었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은 해당 배수구를 포함해 지하차도 설계와 시설 관리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소시효나 적용 법리 등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3일 부산지역에 갑자기 내린 폭우로 초량 제1지하차도가 순식간에 물에 잠겨 빠져나오지 못한 3명이 숨지는 사고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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