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A씨는 지난 6월 SK바이오팜 공모주가 대박 난 걸 보고 카카오게임즈가 상장하기만을 기다렸다. 경쟁률이 높아서 뭉칫돈을 넣어야 하지만 청약이 되지 않으면 금방 반환될 거라 큰 부담은 없다. 일반인 공모일만을 기다리며, 카카오게임즈 주관사에 돈을 넣었다. A씨는 "계좌 한도 때문에 돈을 나눠 넣었다"면서 "최소 천만원은 넣어야 한 주라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영혼까지 끌어 모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역시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힐만 했다. 수요 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기관이 참여해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카카오게임즈 얘기다. SK바이오팜의 '따상(공모가 2배 가격의 시초가 후 상한가) 효과'에 '넘쳐나는 유동성'이라는 배경이 합쳐지면서 벌써부터 흥행이 예고됐다. 일반 투자자들도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을 가리지 않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받기에 여념이 없다.
◇ 수요 예측 최고 경쟁률, SK바이오팜 넘어서…시장은 '대흥행' 예고1일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지난달 26, 27일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한 결과 국내 IPO 사상 최고 경쟁률인 1479대 1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공모 희망가 밴드는 2만~ 2만 4000원이었는데 공모가는 최상단인 2만 4000원에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참여 물량의 100%가 공모가 밴드 범위의 상단 이상을 제시하며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청약에서도 비슷한 수순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23~24일 이뤄진 SK바이오팜 청약은 6년 전 제일모직이 세웠던 30조 649억원을 뒤어넘는 30조 9889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 성장 가능성 등에 힘입어 주식에 큰 관심이 없던 투자자들까지 몰린 결과다.
이번 카카오게임즈 청약은 'SK바이오팜 효과'까지 더해졌다.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2일 상장한 이후 4거래일 만에 공모가인 4만 5000원의 599%(26만 9500원)까지 올랐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SK바이오팜의 사례에서 일종의 '학습 효과'를 얻었다"면서 "상장 이후 주가 급등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SK바이오팜 이후 상장한 종목들도 흥행에 성공하며 공모주 청약 당첨은 '로또'로 여기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지난달 16일 상장한 2차전지 장비 제조업체 에이프로의 공모가는 2만1600원이었다. 하지만 상장 다음날에는 6만2900원으로 공모가의 291%까지 폭등했다. 위더스제약은 상장 당일 공모가의 257%(4만850원)을 도달했다.
하지만 공모주들은 상장 초반에만 반짝 상승에 그쳤다. SK바이오팜은 최고가 26만 9500원을 찍은 지 열흘 만에 17만 7천원(7월 17일)까지 내려갔다. 에이프로도 지난 24일 3만 3000원까지 내려앉았다. 위더스제약은 지난 21일 1만 9150원까지 내려가며 공모가의 120%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제공)
◇ SK바이오팜처럼 300대 1 경쟁률 보이면, 최소 360만원 넣어야 '한 주' 받아카카오게임즈가 SK바이오팜의 수요 예측 기록인 836대 1을 뛰어넘은 만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경쟁률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증권사에 배정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물량은 한국투자증권 880만주, 삼성증권 640만주, KB증권 80만주로 총 1600만주다.
주식 청약은 돈을 많이 넣을 수록 주식을 많이 배정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인들도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자금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 청약을 앞두고 57조 5000억원까지 치솟았던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는 지난 27일 60조 4098억원을 기록하며 60조를 돌파했다. 올해 초 51조 8684억원보다 약 20%나 증가했다.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대기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팜 경쟁률처럼 카카오게임즈가 300대 1의 경쟁률이라고 가정했을 때 300주를 청약해야 1주를 받을 수 있다. 이때 증거금 50%를 계산해보면,카카오게임즈 공모가 2만 4000원의 반값인 1만 2000원에 300주를 곱한 360만원을 증거금으로 넣어야 1주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쟁률이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청약 경쟁률이 400대 1일 경우 1억 2000만원을 투자해야 25주 가량 받을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나치게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기업 가치를 압도하면서 공모 과정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일종의 로또처럼 변질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자체 게임 개발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자체 개발 비중이 작다는 점과 해외 재계약 변수 등을 고려할 때 카카오게임즈에 추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부여하긴 어렵다"면서 이 회사의 적정 기업가치를 2조1천억원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