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있는 난민수용시설 '모리아'가 불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리스 난민캠프 화재는 콩나물시루와 다름없는 열악한 수용시설과 코로나19 공포감이 빚어낸 사고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있는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지난 8일 밤(현지시간) 불이나 이곳에 수용된 난민 1만 2천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화재로 대부분 시설이 불에 탔고 난민 일부는 연기를 들이마시는 피해를 입었다.
화재원인과 관련해 그리스 정부는 방화에 무게를 두고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사태의 근본 원인에는 악명높은 과밀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모리아 난민캠프에는 최대 수용인원인 2천757명의 무려 4.5배가 넘는 1만2천600여명의 난민이 머물고 있다. 수용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기 힘든 현실속에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이런 와중에 그리스 정부는 모리스 캠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35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격리될 예정이던 난민들이 소요를 일으켰고, 캠프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그리스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불에 탄 '모리아'에서 걸어 나오는 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지 소방당국은 최대 시속 70km의 강풍으로 화재가 급속히 확산돼 캠프가 전소됐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레스보스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질서 유지를 위해 전투경찰을 추가로 배치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번 사태는 공중보건은 물론 국가 안보와도 결부돼 있다"고 밝혔다.
◇독일, EU회원국 분산 수용 촉구
그리스 최대의 난민수용시설이 화재로 전소한 것과 관련해 독일 당국과 정치권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수용자 할당을 촉구했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들이 그리스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가능한 한 빨리 결정해야 한다"면서 "여기에는 난민을 나눠 데려가는 방안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맞물려 화재 이전에도 이미 난민캠프의 상황이 비인간적이었다면서,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를 돕고 난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또한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아르민 라셰트 총리는 1천 명의 난민을 수용할 뜻을 밝혔다.
뢰트겐 외교위원장과 라셰트 총리는 독일 제1당인 기독민주당 당권 도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