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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관예우 예방, 선의에 기대야 하나…법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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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후관예우 예방, 선의에 기대야 하나…법원 골머리

    주요 로펌 출신 경력법관 증가…국감서 대책 요구
    지역 법원은 재배당 시스템 마련도 어려워
    '법관 쇼핑' 부추길까 우려도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변호사 등 법조 경력자를 경력법관으로 뽑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정착되면서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후관예우'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은 예규를 통해 일정한 사건배당 처리 기준을 두고 있지만 일괄적인 시스템으로 규율하는데 한계도 커 고심 중이다.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조일원화가 더 진행된다면 절대 다수의 판사들이 로펌이나 기업 사내변호사 출신으로 채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 전관예우를 넘어 후관예우가 문제되는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판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재판에서 유리한 대접을 받는 것이 전관예우라면, 후관예우는 경력법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뽑힌 변호사 출신 판사들이 자신이 과거 일했던 로펌이나 회사에 유리한 대우를 해줄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조일원화 제도가 시행된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법관으로 임명된 변호사 총 309명(전담법관 제외) 중 이른바 '10대 로펌' 출신 변호사가 152명으로 전체의 49.1%를 차지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로펌별로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이 43명으로 전체의 13.9%를 차지해 압도적이었고 법무법인 바른과 세종, 광장이 각각 22명(7.1%), 20명(6.5%), 18명(5.8%)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삼성전자, 현대제철, 금융감독원, 한국도로공사, 포스코, 쿠팡, 신한은행, LG화학, CJ제일제당, KB손해보험 등 기업이나 공공기관 사내변호사 출신도 아직은 소수지만 계속 늘고 있다.

    국감장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해당 판사가 전에 재직했던 로펌을 미리 입력을 해서 사건이 배당될 때 (관련 로펌이 선임한 사건이라면) 걸러질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이 마련돼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사건 배당 후 (변호사가) 선임되는 것은 자동으로 걸러지지는 않고 따로 체크를 하고 있다"며 "다만 소규모 지역 법원 등 판사가 소수인 곳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했을 때 재판부 구성이 안될 가능성도 있어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고 답변했다.

    조 처장이 언급한 사건배당 시스템은 '법관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신건이 접수되면 공정성을 위해 '임의배당'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검사 출신 판사가 과거 수사에 관여한 형사사건이거나 변호사 출신 판사가 과거 소속됐던 로펌에서 수임한 사건은 배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전에 배당을 거르는 전산시스템은 서울중앙지법 등 대형 법원에서도 '로펌 출신 판사'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 처장에 이어 답변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첫 배당 단계에서 걸러지는 비율은 15%가 채 안된다"며 "나머지 85%는 배당 이후에 선임계가 제출되거나 (제척) 사유가 확인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대부분의 경우 시스템적으로 거르는 것이 아니라 각 재판부의 참여관·실무관 등이 배당된 사건의 변호사 선임계를 확인하고 판사와 중요 학력이나 경력이 겹치는 지를 확인해 재배당 신청을 하는 식으로 예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 의원은 "결국은 (각 재판부의) 선의에 기대서 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며 "특히 시스템조차 없는 검사나 기업 출신 판사에 대한 배당도 시스템화될 수 있도록 챙겨달라"고 말했다.

    다만 조 처장의 설명처럼 이러한 일괄적인 배당 시스템을 판사 수가 적은 법원에까지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법원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잘못 적용될 경우 '법관 쇼핑'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판사의 성향을 미리 파악한 후 사건배당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일부러 재판부와 연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재배당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우려에 대해 공감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다만 원칙적으로 사건배당은 각 법원장의 몫인데다 지역별 특수성도 커 법원행정처에서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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