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DB가 9일 오후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2020-2021시즌 개막전에서 서울 삼성을 누르고 승리했다 (사진=KBL 제공)
허웅은 경기 도중 가끔씩 팀 동료 김종규를 향해 오른손 검지를 들어 보여줬다. 얼핏 보면 손 하트를 그리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었다. 장난섞인 원망(?)의 표시였다.
허웅은 9일 오후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개막전을 앞두고 코트에서 슛을 던지며 몸을 풀고 있었다.
가드가 외곽에서 슛 연습을 할 때 장신선수가 따라나와 손을 높이 들고 슛 견제를 하곤 한다. 실전에 가까운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김종규가 그 역할을 했다.
그런데 너무 실전 같았다. 김종규가 블록슛을 시도하다 허웅의 오른손가락을 세게 쳤다.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맞았다. 손톱에 멍이 들었다.
허웅은 3쿼터까지 야투 3개를 던져 1개 성공에 그쳤다. 그럴 때마다 김종규를 향해 손가락을 보여줬다. 그는 "형 때문에 안 들어간다고 그랬던 것"이라며 웃었다.
김종규는 "골밑이나 외곽에서 슛을 던질 때 서로 수비하고 손을 들어주는 연습을 같이 한다. 같은 팀 선수에게 내가 일부러 그랬겠나"라고 항변하자 허웅은 "처음에 슛 감이 좋았는데 사라졌다가 다행히 나중에 찾았다"며 웃었다.
슛 감은 제대로 돌아왔다. 4쿼터 들어 허웅의 슛이 폭발할 때마다 김종규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허웅은 DB가 81대85로 뒤진 4쿼터 종료 3분55초 전부터 3점슛과 골밑 득점을 연속으로 몰아넣어 스코어를 뒤집었다.
다시 88대88 동점이 된 종료 1분48초 전에는 승부를 결정짓는 3점슛을 림에 꽂았다. 허웅은 4쿼터에만 10점을 퍼부었고 총 19득점을 올리며 DB의 97대90 개막전 승리를 견인했다.
허웅은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삼성의 슛이 워낙 잘 들어가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우리 팀에는 승부처에서 공격할 선수가 많다. 자신감을 갖고 했다"고 말했다.
김종규는 18득점 4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허웅이 힘을 낸 4쿼터에만 9점을 기록하며 함께 팀 승리를 견인했다.
허웅의 손 상태는 경기 출전에 문제가 있을 정도의 부상이 아니었지만 김종규에게는 분명 아찔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더 힘을 냈다.
그는 "우리 팀 선수 모두가 아는데 허웅이 엄살이 심하다"고 말하면서도 "경기 중에 자꾸 나를 보고 손가락을 내밀었는데 그때마다 계속 박수를 쳐줬다. 정말 미안했다"며 웃었다.
이어 김종규는 "첫 경기에서 승리해 기분이 좋다. 하지만 팬들이 함께 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뭔가 허전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승리를 팬들과 함께 나누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