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라임 펀드 환매중단 정관계 개입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취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여야 정치권은 밤늦게까지 거세게 충돌했다.
◇ 추미애 법무장관, 윤석열 총장 수사지휘 배제
추 장관은 이날 '라임 로비의혹 사건 및 검찰총장 가족과 주변 사건 관련 지휘'라는 제목의 수사지휘 공문을 윤 총장 앞으로 발송했다.
추 장관은 라임자산운용 로비의혹과 윤 총장 가족과 관련한 의혹을 언급하면서 두 가지 사건에서 윤 총장은 모두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날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재경 지검 등을 피감대상으로 국정감사를 벌인 날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소식이 이날 오후 법사위 국감장에 전해지자 여야는 충돌했다.
저녁 식사 시간 등을 이유로 잠시 중단됐다 오후 8시20분부터 속개된 법사위 국감에서 야당은 추 장관을 성토했고, 여당은 정당한 법적 권리행사라며 옹호했다.
◇ 국민의힘 "김봉현 편지 한 장에 여당 얼씨구나"검사장 출신의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날 법사위에서 "현재 이 사건 진행과 관련해 윤 총장이 특별히 관여한 게 없다"며 "(라임) 사건 수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책임하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성윤 검사장은 알다시피 (윤석열) 총장과 갈등 구조에 있어 이번 (검찰) 인사에서 유임됐다. (추미애) 장관의 신임 많이 받고 있다"며 "사건이 장기간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게 윤 총장 귀책 사유가 맞냐"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비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같은 당 윤한홍 의원은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관련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해 2조원이 넘는 국민 피해가 났다"며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기 피의자(라임 김봉현 전 회장)가 편지 하나를 쓰니 (여당이) 얼씨구 좋다고 한다"고 각을 세웠다.
윤 의원은 또 "추미애 법무장관은 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런 걸 보면 추미애 장관이 검찰총장이고 법무부장관 따로 있는 것 같다"며 여권 전반으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장제원 의원 역시 "추 장관이 또 수사지휘권 휘둘렀다. 저는 법무부에 검찰이 짓밟혔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내 권력이지만 내 맘대로 쓰냐. 더 모욕적인 건 사기꾼 편지 한장에 검찰총장이 지휘권을 잃고 식물 총장이 됐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민주당 "천만원 짜리 접대 받는 검사가 있다는 게 놀랍다"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적법한 권리행사를 강조했다.
늦게까지 이어진 법사위 국감에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오늘 오후 법무부장관의 수사 지휘가 있었다"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순철 남부지검장은 현재 진행되는 사건 수사를 독립되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당연한 원칙을 수사지휘로 확인했다"며 "두 분이 정말 책임지고 사건 수사를 가감없이 제대로 해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은 "술접대를 받은 검사 3명이 한때 모두 라임 수사팀이었다. 이런 일이 없었으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도 않았다"며 추 장관을 옹호했다.
백 의원은 "아직도 천만원 짜리 접대를 받는 검사가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며 "모든 검사들이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특수수사 하는 일부 검사 사이에서 일탈이 있었다. 이렇게 신뢰가 곤두박질칠 때 법무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법사위 밖에서도 여야 신경전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직후 법사위 외곽에서도 여야는 충돌했다.
관련 지시가 떨어진 직후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정당한 법적 권리행사"라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대검은 반발없이 즉시 수용한 모양새다. 이는 법무부의 감찰에서 대검이 저항할 수 없는 그 무엇이 확인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라며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발동과 동시에 발효된다. 강단있고 속시원한 법무부 장관은 처음본다. 응원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진실을 덮기 위해 남용되고 있다. 이미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진 서울중앙지검이 내놓을 결론은 불 보듯 뻔하다"라고 각을 세웠다.
배 대변인은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권력마저 사유화한 오늘의 행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게이트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검을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검찰총장의 손발을 묶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엄정 수사가 필요할수록 추 장관은 적임자가 아니다. 더는 추해지기 전에 손 떼고 물러나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