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코로나19로 늘어난 물량 탓에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이어지면서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업체들의 과로사 개선 방안은 전무한 실정이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8일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김원종(48)씨, 12일 한진택배 소속 30대 김모씨가 과로사로 숨졌다.
또 로젠택배에서 일하던 40대 택배기사가 대리점의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20일 새벽 3시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택배노동자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올해 사망한 택배기사만 모두 11명. 코로나19로 물량이 늘어나면서 택배기사의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지만 당사자인 택배업체들은 "사망사고가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두고는 말을 아꼈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증해 기사들의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터미널 근무환경 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중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지점장에게만 시행되는 건강검진을 택배기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면서도 노조에서 요구하는 택배 분류작업 인원 충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열린 한진택배 규탄 기자회견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또 다른 택배업체 관계자는 "물류센터 자동화 시스템 투자 등을 통해 업무환경을 개선하겠다"면서도 유족과의 면담 결과와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사항"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택배기사들은 "회사가 말하는 노력이 현장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경력 5년차의 택배기사 A씨는 "코로나에 명절까지 물량이 30% 넘게 늘어나서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분류 인원을 투입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노력중이라는 말만 하고 바뀌는 것은 없다"고 답답해했다.
최근 일을 시작한 택배기사는 B씨는 "누가 일하다 죽었다 이런 기사 보면 내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섭다"며 "회사에서 기사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한진택배는 20일 저녁 '택배기사 사망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진은 "소속 택배기사의 갑작스런 사망에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기사들의 업무 과중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근로조건을 적극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속한 시일 내에 택배기사들의 과로 방지를 위한 근본적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단적인 사례"라며 "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히 대책을 서둘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이어 발생하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열악한 노동자들의 근로실태 점검과 근로 감독을 더욱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다음달 13일까지 택배사 및 대리점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택배기사 6천여명에 대한 면담조사 실시할 계획이다.
또 국회는 21일 CJ대한통운 강남물류센터에서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현장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26일 환노위 종합감사에서는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쿠팡 물류센터 자회사인 풀필먼트 소속 엄모 전무를 증인으로 채택해 질의할 예정이다.